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 말미에 액자 사진을 든 이들이 회담장에 입장했다. 이들은 가족이 북한에 숨진 납북자들의 유가족들로, 트럼프는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하며 대화를 했고, 양국 정상들과의 기념 촬영도 진행됐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시작과 함께 북한 김정은에게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남북자 면담을 건너뛸 것이란 보도도 나왔지만, 2017년 11월과 2019년 5월에 이어 이번 방일(訪日)에서도 관련 일정에 응한 것이다.
트럼프 순방에 동행하고 있는 백악관 풀 기자단은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납북자 유가족들이 미·일 정상과 사진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일부 유가족의 팔에 잠시 손을 얹으며 격려를 했고,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고는 “이 아름다운 얼굴을 기억한다”며 “미국은 일본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인 2017년 11월, 2019년 5월 두 차례 일본 방문 때도 납북자 가족을 면담한 적이 있다. 백악관은 이후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사진을 올리며 “나는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며, 미국도 그들과 끝까지 함께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수석 부대변인 명의로 된 성명에서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키하라 미노루(木原稔) 납치 문제 담당 장관, 그리고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가족들과 만났다”며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미국의 일본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또 “루비오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회담장을 떠난 뒤에도 루비오가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납북자 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그간 미국과의 양자(兩者) 외교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주요 의제로 내세워왔다. 루비오는 “미국은 납치 문제를 즉각 해결하라는 일본 요구를 지지하며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과 만나게 될 경우 납북자 문제를 논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너무 바빴다”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풀 기자단이 “트럼프가 언급한 ‘우리’가 김정은을 지칭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을 의미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미·북 대화에서 북한이 꺼리는 납북 문제를 다룰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군 포로, 탈북민 등을 지원하는 민간 단체 물망초 이사장으로 납북자 지원에 관여했던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북한에 국군 포로, 민간인, 학생·어부 등이 납북돼 생사(生死)도 모르는 상태지만 우리 대통령들은 김정일·김정은과 만나 이들을 조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해달라고 단 한 번이라도 공개적으로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