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번째 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한미동맹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을 보장하는 주요 축으로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 동맹을 조선 공동 생산, 방위 산업 기반 강화 등 실용적인 방식으로 강화하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명백하게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반도라는 렌즈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맥락 내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대(對)중국 견제 정책에 보조를 맞출 것을 제언했다. 재단은 트럼프를 추종하는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23일 로버트 피터스 선임 연구원, 앤서니 김 연구원 등이 공동 집필한 ‘한미동맹의 국방 분야 우선순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워싱턴 DC의 새 행정부가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전략적 담론을 재편한 가운데,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방위에 관한 전통적 사고방식 일부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더 이상 안보 이익과 대미(對美) 관계를 한반도 차원에서만 볼 수 없고, 중국의 ‘지역 질서 파괴’ 역할을 고려하면 더 넓은 인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이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필리핀, 호주, 베트남, 인도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단은 “중국은 아직 한국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적 강압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필리핀·대만 같은 이웃 국가들엔 점점 더 그런 행동을 간편하게 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한국은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고, 필요하다면 격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재단은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고, 미국의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보 파트너로 변모했다”며 “한반도를 너머 동아시아 안보 문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바이든 정부 때 제도화된 한·미·일 협력을 제외하면 쿼드(QUAD)·오커스(AUKUS) 등 미국의 중국 견제용 다자(多者) 안보 협의체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아 대중 견제 노선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단은 우리 정부가 미국의 다른 동맹보다 높은 국내총생산(GDP)의 2.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고, 동맹 중 가장 뛰어난 조선 건조·방위 산업 역량을 갖춘 것에 주목했는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작업을 확대하는 것이 미군 입장에서는 효율적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 군사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을 우선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단은 “인·태 지역에서의 위협이 점점 더 현실적이고 임박해짐에 따라 한미 당국자들은 상대국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역할을 한반도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더 넓은 인·태 지역 차원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지역적 행위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은 조선·군수품 생산을 확대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국은 다른 어떤 동맹보다도 여기에 기여하고 혜택도 볼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며 미국과 조선 공동 생산 협정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재단은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전략과 군사 태세 변화, 그리고 이것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상당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소련을 억제하거나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군대가 중국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예산·군사 태세를 변경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한국에도 중요하지만 잠재적으로 약간 다른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