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 중국이 희토류·핵심 광물 같은 ‘자원의 무기화’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 표적이 된 나라들은 개별적으로는 버티기 어렵지만 집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이를 단번에 억제할 수 있다”며 “아시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파트너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이들과 협력해 경제적 강압을 저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강압 대상국들은 중국이 크게 의존하는 상품과 원자재 약 600종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레버리지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인 차 석좌는 이날 엘런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 담당 디렉터, 앤디 림 CSIS 연구원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차 석좌는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관세 및 비(非)관세 장벽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주권인 정치적 선택을 침해하고 있다”며 “경제적 강압은 국내 시장 보호라는 전통적인 목적을 넘어 대만, 티베트, 홍콩, 신장 위구르 등 중국 공산당(CPP)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분야에 대한 대상국의 정책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차 석좌는 “1997년 이후 중국은 다른 나라 정부 또는 개별 기업을 표적으로 각각 23건, 582건의 압박을 했다”며 이런 경향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후 두드러졌다고 했다.
2012년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이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을 중단한 것,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호주 정부가 그 기원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하자 호주산 와인에 최대 218% 관세를 부과하고 소고기 수입을 금지시킨 것, 웹사이트 또는 제품에 홍콩·대만을 표기한 미국 주요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이 경제적 강압의 사례로 언급됐다. 중국은 2016년 우리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미사일을 배치하자 소비재 기업인 롯데를 자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켰고, 한국 드라마·영화 유통에 불이익을 주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차 석좌는 “무역에서 상호의존은 양방향성이 있어 중국만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강압 대상국들은 중국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600종의 상품과 원자재를 수출한다”고 했다. G7(7국)과 호주·한국만 해도 “중국이 크게 의존하는 600여 품목을 생산하고 있다”며 “중국이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경우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통제해 맞대응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은 중국으로 하여금 (결정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니켈 제품의 경우 절반 이상을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이게 일종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미국과 동맹·파트너국의 집단행동은 중국이 도발할 경우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무역 전쟁을 시작하기보다는 중국의 자유무역 질서 파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거나 중국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더 많은 위협을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