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가 최근 한국과 미국 조선 협력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인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한 가운데, 강경화 주미 대사는 22일 “주요 경제 대국의 제재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긴밀한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갈등 속 제재 이후 이를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으로 규정해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가 연이어 규탄 성명을 발표했는데 강 대사의 발언은 이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강 대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서울과 베이징이 (제재의) 직접적 영향과 그 이후 확장적 영향과 관련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매우 중요한 경제 파트너이며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 표현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을 근간(根幹)으로 하되 중국·러시아 등과도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이른바 ‘실용 외교’ 외교·안보 기조를 갖고 있다. 강 대사는 조지아주(州) LG에너지솔루션·현대차 배터리 공장 구금 사태와 관련해서는 “양측이 공동 워킹그룹을 꾸려 단기 처방과 장기 과제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미 의회에 12년 넘게 계류 중인 한국인 대상 E-4(가칭) 비자 쿼터 신설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김용범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워싱턴 DC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가운데 강 대사는 “무역·안보 양측 모두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막판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회담 때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배석했던 강 대사는 “첫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고, 이후 후속 논의들도 많이 진행돼 왔다”며 “우리는 이 동맹을 단지 안보 동맹이 아니라 경제 동맹이자 기술 동맹인 미래 지향적·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강 장관이 두 번째 한미 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취임한 강 대사는 지난 17일 트럼프 상대 신임장 제정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외교 일정으로 한 차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장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무부 차관 같은 카운터파트와 만나 공식적인 양자(兩者) 외교 등을 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한편 강 장관은 21일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엘브리지 콜비 정책담당 차관과 만나 “한·미 동맹과 연합 방위 태세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콜비는 트럼프 정부의 새 국방 전략(NDS) 수립과 해외 주둔 미군 태세 조정 등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국방 정책의 핵심 입안·실행자로 꼽힌다. J D 밴스 부통령과 특히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