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 최대 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루코일 두 곳을 제재 대상에 올린다고 밝혔다. 스콧 베서먼 재무장관은 “지금은 살상을 멈추고 즉각적인 휴전(休戰)을 할 때”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기를 거부함에 따라 재무부는 크렘린궁의 ‘전쟁 기계’를 지원하는 러시아 최대 석유 기업 두 곳을 제재한다”고 했다. 미·러는 이르면 이번 주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회동하는 자리에서 언론에 “푸틴과의 회동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취소했다”며 “적절치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로스네프트는 석유·천연가스의 탐사, 채굴, 생산, 정제, 운송 및 판매 등을 전문으로 하는 수직 계열화 에너지 기업이고 루코일도 석유·가스의 탐사, 생산, 정제, 마케팅, 유통 등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로스네프트 자회사 28곳, 루코일 자회사 6곳이 각각 제재를 받게 됐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크렘린궁이 전쟁 수행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자국) 경제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미국은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계속 촉구할 것이다. 영구적인 평화는 전적으로 러시아의 성실한 협상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번 제재는 두 개의 큰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한 제재”라며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휴전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중재하며 자신감이 붙은 트럼프가 4년 차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푸틴은 여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무산된 상태다. 베선트는 “트럼프의 또 다른 전쟁 종식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동맹국도 이번 제재에 동참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제공이나 장거리 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는 푸틴이 설정한 ‘레드라인’ 중 하나인데,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를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사용 지원 제한을 해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자 “가짜 뉴스”라며 “그들이 무얼 하든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