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둘째) 미국 대통령과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맨 왼쪽) 여사가 도쿄 중심가 롯폰기에 있는 유명 로바다야키(손님 앞에서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구워주는 식당) 음식점 이나카야에서 아베 신조(오른쪽에서 둘째) 일본 총리, 배우자 아베 아키에 여사와 함께 식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일본 정부가 22일 밝혔다. 트럼프가 대통령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1기 때인 2019년 5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당시 트럼프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리”라 불렀고,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일본 총리로 있었다. 아베는 2022년 7월 테러를 당해 세상을 떠났지만, 트럼프의 이번 일본 방문은 사실상 아베와의 ‘추억 여행’이 될 것이라고 닛케이가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는 방일(訪日) 기간 나루히토 천황,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총리뿐만 아니라 아베의 배우자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恵) 여사와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아키에는 트럼프가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개인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저택을 방문해 트럼프 부부와 만찬을 가졌고, 올해 1월에는 취임식에 정식 초청돼 워싱턴 DC를 찾았다.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세계 각국이 트럼프 주변에 줄을 대려 할 때, 일본의 경우 대통령 부부와 특별한 연이 있는 아키에 여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아베 암살 이후 트럼프가 정기적으로 전화해 안부를 묻곤 했고, 멜라니아는 아키에 여사와 교류하며 일본 문화에 눈을 떴다고 한다. 전·현직 정치인도 아닌 정치인의 미망인으로는 이례적인 행보에 일본 일각에서 “아키에 여사를 주미 대사로 보내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트럼프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를 방문하고 골프도 한 차례 즐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요코스카에는 미군의 유일한 전방 배치 항공모함인 ‘USS 조지 워싱턴호(CVN-73)’가 정박해 있다. 트럼프는 2019년에도 요코스카를 방문해 아베와 일본 해상자위대 다목적 순양함인 ‘JS 가가호’를 방문했고, 미군의 ‘USS 와스프’ 상륙 강습함에도 올랐다. 또 지바현 모바라 컨트리클럽에서 일본의 프로 선수인 아오키 아사오(青木功)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다만 닛케이는 “이번에 누가 미 대통령과 골프를 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2016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당선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오른쪽)가 맞은 편 의자에 떨어져 앉아 지켜보고 있고,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왼쪽) 등의 모습도 보인다. /조선일보DB

아베는 2016년 11월 미 대선이 끝난 직후 뉴욕 트럼프타워로 날아가 트럼프에게 금장 골프채를 선물했는데 이를 두고 ‘고마스리(胡麻摺り·아부)’ 외교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상회담만 14번, 공개된 골프 라운딩만 5번을 가지며 유대 관계를 쌓아나갔다. 트럼프도 아베에게 특히 각별했는데, 2018년 9월 뉴욕에서 정상 만찬을 마친 뒤, 트럼프가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아베의 64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2019년 4월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 때는 아베 부부가 36시간 일정으로 동반 방미해 ‘생일 기념 부부 동반 만찬’을 가졌다.

미·일은 지난 7월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하는 대신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무역 협상에 합의했고 이를 명문화했다. 주력 수출 제품인 자동차 품목별 관세의 경우 일본은 한국과 같은 25%가 아닌 15%를 적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수출 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다만 미·일 역시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놓고는 이견이 있어 정상회담을 통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카이치는 전 내각에서 미·일 간 관세 협상을 담당했던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전 경제재생상을 경제산업상에 임명해 미국과의 관계 유지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22일 다카이치가 총리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며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공동 목표를 실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