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됐다. 폴리티코는 21일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가까운 시일 내에 푸틴을 만날 계획이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을 둘러싼 이견 속 회담이 더 이상 추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얼굴을 붉힐 정도로 푸틴의 구상에 응할 것을 압박했지만, 정작 미·러 사이에 꼬인 실타래가 풀리지 않으면서 종전 외교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전화 통화를 갖고 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이어 21일에는 헝가리 외무장관이 워싱턴 DC로 와서 부다페스트 회담의 제반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이 러시아가 극단적 입장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현재로서는 루비오가 (트럼프에게) 정상회담을 권고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의 회담 관련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시간 낭비하는 회담을 원치 않으니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측은 애초에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며 시기가 미뤄진 것이 ‘어불성설’이라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CNN 보도 관련, “미·러 회담에는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애초에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작업 모드에 있다”고 했다. 라브로프 역시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열자는 원칙에는 합의했으나 회담 시기, 장소 등이 명확히 합의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을 중재하며 탄력이 붙은 트럼프는 지난 16일 푸틴과 전화 통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었다. 폴리티코는 “푸틴은 백악관과 협상하겠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전쟁 종식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