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맞서 호주와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호주는 세계 4위의 희토류 생산국이다.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미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중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대(對)중국 압박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라 미국이 동맹국과 손을 잡고 희토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핵심 광물·희토류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양국은 국방·첨단 기술 제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향후 6개월 동안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 이상을 관련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자원 가치가 53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다. 트럼프는 “1년 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희토류를 확보할 것”이라며 “그때는 가치가 2달러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또 앨버니지 총리는 “미국과 호주가 향후 6개월간 85억달러 규모의 파이프라인에 각각 10억달러씩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전쟁부(국방부)가 서호주 지역의 연간 100메트릭톤급 갈륨 정제소 건설에 투자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알루미늄 제조 기업인 ‘알코아’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일본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너지·금속광물지원기구(JOGMEC), 종합상사인 소지쓰(Sojitz) 등도 참여하고 있다. 알코아는 “갈륨은 반도체·방위산업을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라며 “미국·호주·일본은 이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사업은 3국 간의 협력 사업이 될 것”이라며 “갈륨은 보크사이트 채굴의 부산물로만 생산할 수 있는데, 세계 2위의 보크사이트 매장량을 보유한 호주는 지질학적·상업적으로 가장 적합한 입지를 제공한다”고 했다.
알코아는 올해 말까지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생산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갈륨을 ‘중요 광물’로 분류하고 있는데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상응하는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고, 여기서 생산된 갈륨을 일본 및 다른 나라들에 판매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은 2023년 3월 ‘중요 광물 협정’을 체결해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미국은 호주 외에도 베트남 등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다른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은 미국이 리튬·흑연·니켈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목적으로 출범시킨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회원국이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 눈에 띄는 협력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