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교체하고,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후임 대사대리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訪韓) 직전에 이뤄지는 것이다. 정식 대사가 10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임시로 대사 업무를 수행하는 대사대리 후임으로 정식 대사가 아닌 또 다른 대사대리가 부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대사는 상원 인준을 거쳐야 돼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지만, 대사대리는 바로 부임할 수 있다.
트럼프 임기 시작 전인 지난 1월 초 임명됐던 윤 대사대리는 APEC 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을 지낸 윤 대사대리는 지난 9개월여 동안 대사관을 이끌었는데, 한국의 비상계엄·탄핵 정국 속 이례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곧 들어설 트럼프 정부에 대사대리 파견 취지를 설명해 트럼프 임기 시작 전에 임명했다. 트럼프가 이달 29~30일 외국 정상의 방문 중 격이 가장 높은 국빈으로 한국을 찾기 때문에 지근거리에서 수행을 하게 될 대사대리도 ‘트럼프 사람’으로 교체하려는 것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가 1기 때도 한국 대사를 공석으로 두다 1년 6개월 만에야 해리 해리스 대사를 보냈기 때문에, 김 대사대리가 부임하면 한동안 이 체제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식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다시 대사대리를 교체하는 것은 (한미 관계에서) 좋은 신호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후임 대사대리에 임명된 김 부차관보는 한국계로 부친은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다. 존스홉킨스대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원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1~2022년 트럼프와 가까운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냈고, 트럼프 1기 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앨릭스 웡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 함께 대북정책특별대표실에 근무하며 미·북 협상에 실무적으로 관여했다. 트럼프 2기에선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업무를 담당하는 부차관보에 임명돼 주한 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 한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를 주도해왔다. 그는 지난 2월 방한해 미·북 대화 국면 속에 한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와 관련, “(미국은) 한국에 거는 기대치가 매우 높다”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