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언급하며 “이 나라들에서 우리나라가 바라는 것은 공정하게 대우받는 것”이라며 “그 ‘공정하게’라는 것은 미국으로 수천억, 심지어 조(兆) 단위 달러가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미는 지난 7월 큰 틀의 무역 합의에 뜻을 같이했지만 우리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97조 6000억원) 대미(對美) 투자금의 구조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있어 이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더 이상 어리석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 국가 안보는 관세 덕분에 굳건하다”며 “관세가 없었다면 국가 안보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주간인 이번 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급들이 모두 워싱턴 DC로 와서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이틀 전 ’3500억 달러 선불(up front)‘을 언급했고 이날도 한국으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는 미·중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아주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11월 1일부터 내가 원한다면 지금 받는 것에 더해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면 (대중국 관세는) 약 157%가 될 것이고 중국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자 트럼프는 100% 초고율 관세 부과로 받아쳤는데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아주 심하게 이용당했다”며 “수십 년간 일방통행이었고,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도 이달 말 예정된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과 만날 것임을 재확인하며 “그들은 대화를 원하고, 우리는 대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에게 좋은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