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유엔 내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하고 있는 선박 탄소 배출 규제를 비판하며 IMO 회원국들이 미국과 함께 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이번 주 IMO가 런던에서 글로벌 탄소세를 통과시키려고 투표한다는 데 격분했다”며 “미국은 해운에 대한 이 글로벌 신종 녹색 사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 런던에서 반대표를 던져 미국과 함께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규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IMO 대표단을 맡고 있는 해양수산부도 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IMO는 국제 해운 분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7일 런던에서 공식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이 프레임워크는 대형 선박에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선박은 초과량을 상쇄할 일종의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 다수가 지지하고 있으며 17일 채택에 필요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트럼프 정부는 이를 ‘글로벌 탄소세’라 비판하며 다른 회원국들이 여기에 찬성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 찬성하는 국가들을 관세, 비자 제한, 항만 수수료 등으로 보복할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미국이 반대하는 건 연료 기준 강화, 탄소 부담금 부과 등으로 해운 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성명에서 “국민, 에너지 기업, 해운 업계, 관광객에게 추가 비용을 전가하는 조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자 제재, 항만 이용 제한 및 추가 요금 부과, 금융 제재 같은 보복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도 15일 “세금 부과는 유엔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세금과 벌금을 부과할 권한은 각 주권국에 있다. 미국은 헌법에 따라 이번 투표에 강력히 반대하며 다른 모든 국가들도 우리와 함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IMO 회원국은 총 176국이고 이번 넷제로 프레임워크 채택 요부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관련 부속서 당사국인 108국이다. 이 중 기권한 국가를 제외하고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나와야 의결이 되는데, IMO는 회원국 의견을 수렴해 18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번 표결에 찬성하는 입장인데 연료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주가 늘면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미국이 현재 채택 절차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요구대로 하면 프레임워크 채택은 복잡해지고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