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 정박해있는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의 모습. 이 선박은 한화오션이 미 해양청의 발주를 받아 건조한 다목적선으로 양국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조선일보DB

중국 정부가 최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미 국무부는 16일 “중국이 한화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민간 기업의 운영에 간섭하고 미국의 조선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미 협력을 훼손하려는 무책임한(irresponsible) 시도”라며 “우리는 대한민국과 확고하게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가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매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23년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도 8월 첫 방미(訪美) 때 필리 조선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국무부는 이날 언론 질의에 “이 같은 중국 행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동맹과 파트너들과의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사례” “한국을 압박(coerce)하려는 중국의 오랜 패턴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반외국제재법’에 근거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인 한화쉬핑·한화필리조선소·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한화쉬핑홀딩스·HS USA홀딩스 등 5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조사에 협력했고, 이에 대한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했다.

중국의 제재가 있은 뒤 트럼프 정부가 공개적으로 비판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의 낙후된 조선업 재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을 일본과 함께 주요한 파트너국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해양 전문가인 브렌트 새들러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한화오션 제재 직후 “중국은 미국의 해상 부흥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해양 산업이 부활하면 무역 조건을 통제하고 미국과 한일 등 동맹에 경제적 강압을 가하는 전략이 훼손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워싱턴 DC를 찾은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찾아 마스가를 포함한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연합뉴스에 한화오션 제재 방안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날 OMB 방문이 타결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는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문구 조율을 위한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원론적인 차원의 조선 협력 방안 논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