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오후 전용기를 타고 중동으로 날아가 이스라엘·이집트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신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36시간짜리 초단기 일정이었다. 이 기간 트럼프는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동행한 취재진과 함께 시나리오가 없는 즉흥적인 질의응답을 했는데, 백악관 관계자들은 “역사상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그는 평화를 만드는 기계같이 일한다”며 1946년생인 79세 역대 최고령 대통령의 체력을 홍보했다.
트럼프는 중동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인 지난 10일 워싱턴 DC 인근 월터리드 육군 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았다. 주치의가 “탁월하게 건강하다”는 소견을 밝혔는데 특히 심장 나이가 실제보다 14세 젊은 65세라는 평가가 눈길을 끌었다. 이를 입증하듯 이스라엘·이집트에서 24시간 동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회담, 이스라엘 연방 의회 ‘크네세트’ 연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 면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면담,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 연설, 주요국 정상과의 스킨십, 언론 인터뷰 등의 빼곡한 일정을 쉴 새 없이 소화했다. 트럼프의 전용기가 워싱턴 DC에 도착한 시간은 14일 오전 2시 30분이었다.
압권은 트럼프가 미국으로 돌아온 전용기 안에서 자정이 넘은 시각에 동승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장면이었다. 중동 현안 외에도 연방 정부 셧다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일리노이주(州) 주 방위군 투입 등 여러 사안을 망라했는데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6시간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0시 45분에도 대통령은 기자들과 전용기 안에서 시끌벅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역대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보좌관 마고 마틴은 “그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했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그림자’ 역할을 하는 모니카 크롤리 국무부 의전장은 “그는 말 그대로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늦은 시간 비행기에 내려서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렸는데, 시사 주간지 타임이 표지에 게재한 사진에 불만을 드러냈다. 타임은 트럼프의 사진과 함께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1단계 합의와 관련해 ‘그의 승리’라는 문구를 넣었는데, 트럼프는 자신의 사진이 낮은 각도에서 찍힌 것을 문제 삼으며 “나는 저 각도에서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로 이상하다” “내가 본 최악의 사진이다” “왜 도대체 이런 일을 벌이냐”고 비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이른 새벽 워싱턴 DC에 도착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며 “우리는 그가 미 대통령으로서 보낸 최고의 24시간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