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이집트 홍해 유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인질 석방·휴전(休戰) 협정을 자축하기 위한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현장에는 프랑스·영국 등 주요국 30국 정상이 모였는데, 트럼프는 휴전 합의에 서명하기 전 이들과 20분 동안 악수하고 사진 촬영을 하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또 연설 도중 마치 출석을 부르듯 개별 정상들을 호명하기도 했는데 이웃 국가인 캐나다를 향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 합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며 사의(謝意)를 표시했다.
그런데 이날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캐나다에는 대통령이 없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총리만 있을 뿐이다. 트럼프의 연설이 끝난 뒤 마크 카니 총리가 다가가 악수를 하더니 “당신이 나를 대통령으로 업그레이드해 줘서 고맙다”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트럼프는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카니의 왼쪽 어깨를 툭 치며 “오, 내가 그렇게 말을 했냐”며 “적어도 주지사(governor)라고 말하지는 않지 않았냐”고 했다. 이 발언은 두 사람이 생중계 카메라가 촬영 중인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녹화된 이른바 ‘핫 마이크(hot mic)’ 상황에서 이뤄진 것인데, 소셜미디어와 주요 방송에서 큰 화제가 됐다. 트럼프는 재집권 전부터 이웃 국가인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를 ‘주지사’라는 멸칭(蔑稱)으로 부르기도 했다.
트뤼도의 뒤를 이어 총리에 취임한 캐나다·영국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카니도 한동안 트럼프와 갈등을 빚었지만 최근에는 양국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카니와 가진 두 번째 백악관 회담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위대한 사랑으로 묶여 있다”며 “관세 문제를 둘러싼 무역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 중이고, 결국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해서는 “이 말을 하면 보통은 정치 커리어가 끝나기 때문에 말할 수 없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이라며 “예쁘다는 말을 들어도 상관없지 않냐? 그녀는 정말로 성공적인 정치인이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녀를 정말로 존경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