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 함정(오른쪽)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어업·수산자원국(BFAR) 소속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는 13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필리핀 선박과 충돌하고 물대포를 쏜 행위와 관련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광범위한 영토·해양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위해 주변국의 희생을 무릅쓰고 점점 더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지역 안정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 4조가 남중국해 어디서든 필리핀 선박 등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의 공세적 행위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航行)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외교·국방 자원을 투사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지난 10월 12일 중국이 남중국해 티투섬 인근에서 필리핀 어업·수산자원국 선박과 충돌하고 물대포를 사용한 행위를 규탄한다”며 “미국은 지역 안정성을 훼손하는 중국의 위험한 행동에 맞서는 필리핀 동맹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전날 오전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고의로 들이받고 물대포를 쐈다고 밝혔다. 충돌 위치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의 티투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 섬’) 인근이었는데 중국은 자국 해역에 필리핀 선박이 불법으로 침입해 대응한 것이란 입장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 자 형태로 구단선(九段線·아홉 개의 선)을 그어 대부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나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2016년 7월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필리핀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순시선 등을 파견하며 갈등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물대포를 쏘는 등 위력도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도 중국 해경이 스카버러 암초 인근의 필리핀 어업·수산자원국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쐈고, 이 선박에 타고 있던 1명이 다쳤다. 국무부는 이날 필리핀과 맺은 상호방위조약 4조가 남중국해 어디서든 적용된다는 점도 재확인했는데, 4조는 어느 한쪽에 대한 무력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헌법 절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무부는 무단 구조물 설치와 같이 중국이 ‘내해화’를 추진하고 있는 서해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법 준수를 거부하며 역내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방부 인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 지명된 존 노 동아시아 부차관보는 최근 연방 상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서해에서의 중국 활동은 한국을 위협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준이 된다면 이런 활동을 검토하고 적절한 대응을 제안하기 위해 미 정부 동료들 및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올해 초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했고, 이를 조사하려는 우리 측 해양 조사선을 중국 해경과 함께 나타난 중국인들이 무력으로 가로막기도 했다.

중국 해경 함정이 물자를 공급하려는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쏘자 유리창이 깨지고 있는 모습. /필리핀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