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신이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의 1단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우리 평화 계획의 1단계에 모두 서명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발표한다”며 “모든 인질이 매우 곧(very soon) 석방될 것이고 이스라엘이 강력하고 지속적이며 영원한 평화의 첫걸음으로 합의된 선까지 군대를 철수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6일부터 미국 등의 중재 아래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종전(終戰) 협상을 벌여왔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든 당사자는 공정하게 대우받을 것”이라며 “이는 아랍과 무슬림 세계, 이스라엘과 주변 모든 국가, 그리고 미국에 위대한 날”이라고 했다. 이어 “평화를 이루는 자들에게 복이 있을 것”이라며 “이 역사적이고 전례 없는 사건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 카타르·이집트·터키의 중재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뒤 72시간 내 모든 인질 석방,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 전후 가자지구 통치 체제 같은 내용이 담긴 평화 구상을 제시했다.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븐 위트코브 중동 특사까지 이집트에 보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중재국인 카타르 정부도 트럼프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후 AFP에 “1단계 합의를 타결한다”고 확인했다. 마지드 알 안사리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합의가 전쟁 종식,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인도적 지원 반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부 사항은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는 “신의 도움으로 인질 모두를 데려올 것”이라고 했는데, 이스라엘은 9일 이번 합의를 승인하기 위한 내각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누구를 석방하느냐 등을 놓고 추가 합의가 필요해 최종 발표는 트럼프가 이집트 현장에서 할 가능성이 커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가 금요일 월터 리드 육군 병원에서의 정기 검진을 마치고 중동에 갈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합의는 10일 노벨 평화상 발표 직전에 나온 것이다. 평소 노벨 평화상 수상 의지를 숨기지 않았던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여덟 번째 전쟁을 끝냈다”면서도 “(노벨위원회가) 상을 주지 않을 이유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재집권 이후 태국과 캄보디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인도와 스리랑카 등 세계 곳곳의 분쟁에 관여하며 ‘중재 외교’에 드라이브를 건 트럼프는 “나는 7개의 전쟁을 끝냈다” “모두가 내가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