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백악관 사무실에서 사형제에 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에서 ‘사형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살인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하게 하겠다고 예고하고, 최근 발생한 흉악 범죄 혐의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형 집행을 촉구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로, ‘햇빛주(州)’로 유명한 플로리다주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기록적인 속도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도 워싱턴 DC에서 살인을 하면 사형에 이르게 하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각서가 팸 본디 법무장관 등에게 “사건의 증거와 사실이 사형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나타낼 경우 사형을 완전히 시행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트럼프는 잇따라 사형 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그의 최측근이자 청년 보수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암살한 혐의를 받는 타일러 로빈슨에 대해 “사형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 피살 사건의 범인을 향해선 “평화와 안전을 찾아 미국에 온 아름답고 젊은 여성을 너무나 잔혹하게 살해한 짐승”이라고 질타하며 “의심의 여지 없이 신속히 재판을 받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이처럼 트럼프가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흉악범 사형을 요구하는 가운데, 차기 공화당 대선 잠룡 중 하나로 분류되는 디샌티스는 실제 사형 집행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선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1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는 1976년 사형제 부활 이후 플로리다에서 단일 연도 기준 최다 사형 집행 기록에 해당한다. 미 50개주 전체로 확대해도, 플로리다가 사형 집행을 선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트럼프와 디샌티스의 행보가 단순히 법 집행 차원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강인한 이미지를 부각해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등 선명한 우파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