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해리슨 백악관 운영 담당 부비서실장 겸 대통령 보좌관. /페이스북

보 해리슨 백악관 운영 담당 부(副)비서실장 겸 대통령 보좌관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슨은 1기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 두 차례 정상회담의 운영·기획 같은 실무 작업에 관여한 인사다. 이번 방문은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첫 방한(訪韓) 전 사전 답사 차원이지만, 미·북 대화 성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이번 방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5일 본지에 “해리슨이 이번 주 초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APEC 회의장 및 주변의 숙박 시설 등을 둘러봤다”고 했다. 해리슨은 1기 때 백악관에서 오퍼레이션 담당을 맡아 대통령의 일정·행사·여행 등에 관여했다. 트럼프는 올해 1월 해리슨을 백악관 부비서실장 겸 대통령 보좌관에 임명했는데, 정권 인수위원회는 인선을 발표하며 “대통령과 퍼스트 패밀리의 신뢰를 받는 조력자” “트럼프 1기 때 해외 순방 계획을 총괄한 핵심 인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북한 등 고(高)위험 지역에서 미 대표단을 이끌며 다수의 해외 외교 활동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특히 “해리슨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역사적 정상회담 때마다 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최근 트럼프에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방한을 계기로 미·북 정상이 회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G20(20국) 정상회의 참석 뒤 한국을 찾아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부터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그도 나를 그리워한다”며 김정은과 친분을 과시했고, 재집권한 뒤에는 미·북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히며 이른바 ‘뉴욕 채널’이라 불리는 주유엔 북한 대표부 등을 통해 친서(親書)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리슨의 이번 방한이 트럼프 방한을 한 달여 앞두고 사전 답사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확대 해석을 할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는 APEC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재집권 후 첫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김정은이 ‘비핵화 목표 포기’를 전제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내 고수하고 있다. 로이터는 23일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라며 “현재로서는 북한 지도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6년 만에 가진 유엔총회 연설에서 과거와 다르게 북한 핵·미사일, 한반도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