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2000년대 들어 자폐(autism)를 앓는 아동이 400% 이상 급증했다”며 “기본적으로 ‘타이레놀’이라고 잘 알려져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임신부가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高熱)인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임산부가 타이레놀 복용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2000년대 들어 급증한 자폐증과 타이레놀 복용 간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타이레놀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 성분이라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발표는 대표적인 ‘백신 불신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주도로 이뤄졌다.
백악관은 이날 8세까지 자폐를 앓는 아동 비율이 “2000년에는 150명 중 1명이었지만, 2022년에는 31명 중 1명까지 급증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주(州)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12명 중 1명이 자폐를 앓는다고 한다”며 “이는 자폐 급증에 어떤 인위적인 요인이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건 태아의 자폐 발병 위험을 매우 높일 수 있어 좋지 않다”며 “고열을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겠지만 아주 적게만 복용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임신 기간 내내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신 자폐 증상 치료를 위해 엽산 결핍 치료제인 ‘류코보린’을 제안했는데, 당국은 이날 행사에 앞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제조한 관련 약물을 승인하는 내용을 관보에 게재했다.
트럼프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 식품의약국(FDA)이 통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연구를 통해 타이레놀과 자폐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왔는데, 이를 근거로 제약사·유통사 상대 수백 건의 소송이 제기돼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다수의 소송이 병합돼 진행 중이다. 이날 정부 발표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자폐 등 자녀 신경 발달 장애 사이에 양(+)의 연관성이 다수 보고됐다’는 지난 8월 뉴욕 마운트사이나이 의대·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이것만 놓고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일부 의학 협회지는 “유의미한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이레놀은 2023년 존슨앤드존슨에서 분사한 ‘켄뷰’가 생산하고 있는데 이날 “(트럼프 발표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연관성 제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