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팸 본디 법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팸 본디 법무장관을 공개 질책했다. 본디는 트럼프가 평소 공개 석상에서 “그녀는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참모지만 이날은 “말만 많고 행동은 없다”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의 평판과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본디를 압박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집권했음에도 불구하고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州) 법무장관에 대한 기소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세 사람은 모두 트럼프의 정적(政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를 추종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미운털이 박혀 있는 인물들이다. 시프는 트럼프 1기 때 ‘러시아 게이트’ 의혹을 앞장서서 제기했고 실패로 끝났지만 트럼프의 탄핵도 주도한 적이 있다. 코미는 1기 때 FBI 국장으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압박을 받았고 충성 서약을 거부해 전격 해임당했다. 올해 5월에는 소셜미디어에 ’86 47′이란 숫자가 담긴 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암살을 선동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SS)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제임스는 트럼프 일가의 자산 평가 조작 등을 파헤쳐 수천억 달러 벌금 판결을 이끌어냈는데, 트럼프는 흑인 여성인 제임스를 두고 “정치적인 마녀 사냥꾼”이라 비판해왔다.

트럼프는 “그들은 아무 근거 없이 나를 두 번이나 탄핵했고, (5번이나) 기소했다”며 “정의는 지금 당장,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는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며 “그들이 무죄라면 괜찮지만 유죄이거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방 검사에 대한 압박까지 노골화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19일 “트럼프가 버지니아주 동부지검의 에릭 시버트 연방 검사를 사실상 해임했다”며 “시버트가 제임스를 모기지 사기 혐의로 기소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시버트를 ‘라이노(RINO·이름만 공화당원)’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본연의 직무를 수행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가 그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시버트 후임에는 현재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급진적 이념’을 개혁하는 임무를 받은 린지 할리건이 임명됐다.

트럼프는 최근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수사하고 있는 메릴랜드의 켈리 O. 헤이즈 연방 검사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특정 사건의 기소 여부에 관여하겠다는 것으로 비치고 있어 법무부의 오랜 독립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으로서 수사 개입에 대한 관례적인 제약을 무력화하는 지금껏 가장 노골적인 시도”라며 “백악관과 법무부 간 기소 재량권에 관한 전통적인 방화벽이 무너졌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법무부의 독립성 전통에 타격을 가했다”고 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밀 녹음 테이프에 담지 않고 그냥 트윗으로 공개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