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이 17일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졍연합(통일교) 총재를 불러 9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뉴트 깅그리치 전 미 연방 하원의장이 “한국의 새로운 좌파 정부가 여러 종교를 공격하고 있으나 ‘마더 문(Mother Moon·한학자 총재)’을 파괴하려는 미친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깅그리치는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싹쓸이하는 대승을 이끌며 민주당의 40년 의회 권력 독점을 깬 인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멘토’라 불리는 보수 진영 원로다. 1995~1999년 연방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달 언론 기고에서도 보수·종교 지도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의 정치·종교 탄압이 숨막힐 지경”이라 했었다.
깅그리치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한학자 총재는) 올해 83세로 150국 이상에서 지지를 받는 세계 지도자”라며 “그녀는 평화와 종교의 자유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심각한 심장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좌파 정부의 (검찰이 아닌) 박해자들이 그녀를 살해할 위험을 무릅쓰고 심문을 하려 한다”며 “이는 비인도적인 조치로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 총재는 김 여사에게 수천만 원짜리 명품을 선물하고, 최근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의 소환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하다 지난 17일 출석해 9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깅그리치는 지난달 27일 워싱턴타임스 기고에서도 한국 내 보수 정당과 교회 지도자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이재명 정부의 최근 정치·종교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은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새 정부가 정치 반대자와 종교적 자유 옹호자들을 탄압하는 데 이렇게 과격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순직 해병 특검팀은 최근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에 대한 출석도 세 차례 요구했는데, 트럼프와 가까운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선 일부 인사가 여기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지금 한국에서 혁명이나 숙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 1기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마이크 폼페이오도 지난 4일 X에서 특검이 한 총재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지지해야 할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