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자동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반도체·의약품에 자동차(25%)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 수입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자동차와 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일본은 16일부로 자동차 관세가 27.5%에서 15%로 낮아진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는 협상 교착 속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관세를 타협해 25%에서 15%로 낮추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나는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가 일본·유럽연합(EU) 등과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무역 합의를 타결하자 여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만큼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수년간 아무 관세도 내지 않았다”며 자신이 25%를 부과한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이제 그들은 15%를 내고 있고 (자동차 외에) 어떤 것들은 더 많은 관세를 낼 수 있다”며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이익률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자신이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을 자동차보다 더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반도체 관세가 “100%가 될 것”이라 말한 적이 있고, 의약품에 대해서는 150~250%도 언급을 했었다. 반도체·의약품 모두 트럼프가 ‘미국 내 생산’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품목들이기도 하다. 자동차·반도체 모두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 제품이기 때문에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EU는 관세 때문에 우리나라에 9500억 달러를 내고 있고, 일본은 우리에게 6500억 달러를 내고 있다” “잊지 말라. 내가 오기 전까지 우리한테 아무것도 내지 않던 기업과 국가들”이라고 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명운을 좌우할 심리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는 “법률 전문가 모두 우리가 그 건을 이겼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대법원을 훌륭했으며 난 대법원이 매우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대법원은 6대3 보수 우위 구도다. 트럼프는 “우리가 그 사건을 이기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부유해질 것이고 사람들이 빚을 없애도록 도울 수 있다”며 “심지어 다른 나라들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전날 미국과 중국이 마드리드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처분과 관련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 것과 관련, “난 중국과 합의에 도달했다”며 “금요일(19일)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모든 것을 확정하려 한다”고 했다. 틱톡은 미국에서 1020세대 위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회사가 중국계 바이트댄스라는 점 때문에 공산당의 개인정보 탈취 및 해킹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지난해 4월 제정된 ‘틱톡 금지법’의 시행을 세 차례 유예하고, 대주주 지분을 미국 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중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트럼프는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인수하고 싶어 하는 “매우 큰 기업들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16일부터 사흘 동안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데, 미 대통령이 두 차례나 국빈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1기 때인 2019년에도 영국을 국빈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제공하는 화려한 왕실 의전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 원유 수입을 중단하도록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즉시 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협상 관련 “탱고를 추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젤렌스키와 푸틴은 서로를 증오하고 그들은 같은 방에 앉을 수도 없기 때문에 제가 함께 앉아야 할 것 같다. (모두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