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18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이번 일정에선 찰스 국왕이 주재하는 국빈 만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은 1기 때인 2019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영국은 전통적으로 미 대통령을 2번째 임기에는 국빈 초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 전쟁 등을 둘러싼 이견 속 대서양 동맹이 흔들리자 영국은 왕실에 호감이 큰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에게 국빈 초청장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16일 오후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영국에 도착한다.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이자 사업가 출신으로 지난 7월 스코틀랜드에서 동반 골프도 즐겼던 워런 스티븐스 주영 미국 대사, 찰스 국왕을 대신하는 헨리 후드 자작이 트럼프 부부를 맞는다. 트럼프가 17일 윈저성으로 이동하면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이들을 맞이하고 그다음으로 찰스 3세·커밀라 왕비와 만난다. 윈저성과 런던탑에서는 트럼프를 환대하는 예포가 발사된다. 트럼프는 17일 찰스 국왕이 주재하는 국빈 만찬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고, 18일엔 스타머와의 미·영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다만 이번 방문 계기로 대규모 시위 등이 예상돼 뉴욕타임스(NYT)는 “2023년 찰스 3세 국왕 대관식 이후 최대 규모 경호 작전이 준비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찰스 국왕이 왕세자이던 2019년 6월 자신의 첫 번째 임기 때 영국을 국빈 방문한 적이 있다. 영국은 미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때는 국빈 초청을 하지 않았는데 버락 오바마나 조지 W. 부시 등 전임 대통령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찬이나 차담(茶啖) 등에 초청을 받았다. 스타머는 올해 2월 백악관에 찰스 국왕의 국빈 초청장을 핵심적인 선물로 들고 갔는데, 이는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미국과 유럽의 긴장감이 커지던 민감한 시기에 트럼프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엄청난 영광”이라고 했고, 지난 7월에는 “영국은 왕실을 가질 만큼 매우 운이 좋은 나라”라고도 했다. 왕실 의전을 칭찬하며 “나는 찰스 국왕의 아주, 아주 큰 팬”이라 말한 적도 있다.
BBC는 “트럼프가 영국 방문 기간 만찬, 의장 마차 행진, 레드카펫 등 화려한 왕실 의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주제 전문가인 앤나 화이트록 런던대 교수는 “트럼프는 군주제와 왕실을 사랑하기 때문에 영국 정부로선 잠재적인 외교 카드”라고 했고, 역대 영국 총리 전기(傳記)를 집필한 역사학자 겸 작가인 앤서니 셸던도 “국왕은 트럼프의 왕실에 대한 동경심으로 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 간 원자력 협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양국에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더 빨리 건설할 수 있도록 원전 프로젝트에 승인되는 소요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정을 트럼프 방문 기간 체결할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