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가 지난 5일 방한한 모습. /빌드업코리아 2025 조직위원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깝고 재집권에도 기여한 ‘청년 보수’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가 10일 대학 연설 도중 총격을 받아 숨져 미 전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크리스토퍼 랜도우 국무부 부장관은 11일 “이번 암살 사건과 관련해 폭력·증오를 미화하는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환영받는 방문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영사관 직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커크를 놓고 국내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각에선 커크를 한국의 강경 보수 세력과 결탁해 트럼프에게 ‘음모론’을 주입하는 통로 중 하나로 지목해왔다.

국무부 2인자인 랜도우는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사건을 칭찬하고, 합리화하고, 가볍게 여기는 일부 인사들을 보고 매우 불쾌감을 느꼈다”며 “영사관 직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또 국무부로 하여금 “미국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들의 이러한 의견을 제게 알려달라”고도 했다. 커크 사후 트럼프를 비롯한 보수 진영 리더십은 물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과 같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진보 진영 인물들도 잇따라 추모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을 설파해온 커크의 이번 죽음을 두고 ‘자신이 자초한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가 적지 않은 논란을 몰고 있다.

국무부가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랜도우의 이날 발언만 놓고 보면 커크의 언행과 이번 사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할 경우 추후 미국 입국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커크는 생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내란 특검이 교회와 종교인 등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것과 관련, “이 나라 교회와 목사님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압수수색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한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일을 트럼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커크는 트럼프와 장남 주니어, J D 밴스 부통령 등과 가까운 인사인데 트럼프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한국에서 혁명이나 숙청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라고 적어 우리 외교 당국이 발칵 뒤집히는 일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 행사에서 전날 총격으로 숨진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커크는 지난 5~6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 2025’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는데, 한겨레는 이를 “한국판 청년 MAGA 양성을 목표로 미국 극우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행사”라고 표현했다. 현장을 찾은 MBC 기자가 ‘당신이 트럼프에게 한국 교회 압수수색에 대해 말했냐’고 묻자 커크는 “난 트럼프에게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기자가 재차 ‘(랍) 맥코이 목사는 당신이 얘기했다’고 하자 커크는 “그것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했다. 생애 처음 아시아를 방문한 커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의 2030세대 보수화 현상은 미국에서도 큰 관심사”라며 “한국의 국력이 강하고,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독립적이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커크는 입국 직후 6·25 전쟁 영웅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인천 자유공원, 비무장지대(DMZ) 등을 찾았다. 그는 “맥아더 장군은 나의 영웅”이라며 “6·25 전쟁에서 미국의 역할은 고귀했고, 그 덕분에 한국이 오늘날 자유 국가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커크의 예상치 못한 죽음 이후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는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미국인으로서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전해줬다”고 했다. 커크 사후 인천 자유공원에는 커크의 사진과 함께 태극기·성조기가 걸렸고,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찾아와 추모의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자유공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 놓인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대표와 추모 조화, 태극기·성조기 등. /자유대학 소셜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