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9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백악관은 9일 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된 것과 관련해 외국 기업 근로자의 비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무부와 국토안보부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미 정부가 비자 관련 법규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냐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이 고도로 숙련되고 훈련된 기술자들을 데려올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출입국 및 이민 정책, 상무부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담당한다. 레빗의 발언은 대미(對美) 투자 기업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국정 과제인 불법 이민 단속과 비자 제도 개선 사이에서 접점을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대미 투자 기업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고 했다.

레빗은 이날 “반도체와 같은 매우 특수한 제품이나 조지아에서처럼 배터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더욱 (인력 파견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매우 미묘하면서도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했다. 조지아를 비롯해 미 전역에 생산 시설을 짓고 있는 우리 기업은 현지에서 숙련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반에는 현장 안정화,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위해 한국에서 숙련된 인력을 파견받는 것이 불가피한데 비자를 받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이 때문에 단기 상용 비자(B-1)나 단기 관광 및 출장 시 최대 90일까지 비자 신청을 면제해주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인력을 데려왔는데 트럼프 정부 들어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 식당에서 참모들과 식사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리 정부와 기업은 한국인 전문·기술 인력에 대한 비자(E-2·E-3) 승인율 제고 및 1년에 약 8만5000개 발급하는 전문직 비자(H-1B)의 한국인 쿼터 신설이 출입국·비자 정책 개선에 반영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단기 비자에 대한 국토안보부·국무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도 원하고 있다.

현재 미 하원에 최대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E-4)를 발급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다만 의회를 통한 입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 기조 속 미 의원들이 앞장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이를 우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리우스 데어 한미경제연구소(KEI)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B-1 비자 소지자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존 비자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현장 관리·감독, 현지인 교육을 위한 인력 파견을 하더라도 이게 기술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레빗은 이날 “대통령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일하며 서로 훈련하고 가르치기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재계에선 현지 인력 교육을 조건으로 비자 문제가 해결될 경우 추후 공장 설계 노하우 같은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현지 인력 양상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