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다우드 MSNBC 소속 평론가. /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한 ‘청년 보수’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대표가 10일 유타주(州) 대학교 연설 도중 총격을 받고 숨져 미 전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한 평론가가 진보 성향 MSNBC에 나와 “커크는 젊은 세대 중 가장 분열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말했다가 쏟아지는 비판을 받고 당일 해고됐다. MSNBC는 사장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부적절하고 무감각하며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사과했다.

이날 MSNBC의 커크 총격 관련 방송에선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대선 캠프 전략가 출신인 매튜 다우드가 해설자로 출연했다. 그는 이번 총격 사건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커크는 젊은 세대 중 가장 분열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끊임없이 특정 집단을 겨냥한 증오 발언(hate speech)을 퍼뜨려왔다”며 “증오스러운 생각은 증오스러운 말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증오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이 불행히도 이런데, 끔찍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끔찍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끔찍한 행동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커크 자신이 총격을 당한 것에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소셜미디어에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다우드가 이번 사건을 놓고 “지지자 한 명이 축하 차원에서 총을 쏜 것일 수도 있다”고 농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언가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할 것”이라 암시한 것을 놓고도 비판을 받았다. 커크가 총격을 받아 숨진 당일이기도 하고, 보수·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애도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는 와중이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 방송의 진행자인 제시 워터스는 “오늘 하루가 가기 전에 MSNBC 방송사가 라이선스를 잃고 다우드가 해고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논란이 계속되자 MSNBC는 레베카 커틀러 사장 명의로 된 성명을 통해 “다우드가 부적절하고 무감각하며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해고된 다우드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이 끔찍한 공격에 대해 커크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제 어조와 말투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1996년 개국한 보도 전문 채널인 MSNBC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 방송사인 NBC가 합작한 것으로 미국 내 주요 언론 중 진보 성향이 가장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가 CNN과 더불어 단골로 공격하는 방송사 중 하나인데 ‘MSDNC’란 멸칭(蔑稱)으로 부르고 백악관 보도자료에도 이 표현이 등장한다. 이 단어는 MSNBC와 민주당의 선거 컨트롤타워인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합성한 것으로 MSNBC가 민주당에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트럼프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문제 의식이 깔려있다.

10일 미국 유타주 대학 연설 도중 총격을 받고 숨진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대표. /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