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의문시하지 못한 것이 ‘무모한(reckless) 실수’였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23일 출간 예정인 자신의 저서 ’107일(107 Days)’에서 이같이 밝혔다. 1942년생인 바이든은 지난해 ‘고령 리스크’를 우려하는 민주당 안팎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재선 도전을 고집하다 첫 번째 TV 토론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뒤 낙마, 바통을 해리스에게 넘겼다.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해리스는 100일 동안 캠페인에 전력을 다했으나 경합주 7곳을 모두 내주는 완패를 당했다.
해리스는 10일 ‘디 애틀랜틱’에 게재된 자신의 저서 발췌문에서 “나는 바이든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기에 가장 부적절한 위치에 있었다”며 그런 요청이 있을 경우 바이든 부부가 자신을 ‘불충(disloyal)’하게 여길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나와 다른 참모들은 바이든 부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관대함을 베푼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고 믿는다. 돌이켜 보면 무모한 행동이었고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고 했다. 민주 진영의 대선 후보 선출이 “바이든 개인의 자존심이나 야망에 맡겨져야 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인 결정 그 이상의 것이어야 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고록 발간을 계기로 “해리스가 바이든의 재선 도전 결정을 공개적으로 재고한 가장 저명한 민주당 인사가 됐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그러면서도 바이든이 재임 중 인지력이 저하돼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81세의 조는 지쳤고, 그게 신체적·언어적 실수로 드러났다”면서도 건강에 관한 진실을 은폐해 국민을 기만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바이든 퇴임 이후 내각 일원이었던 피트 부티지지 전 교통장관은 올해 5월 “바이든의 재선 도전을 지지했던 게 아마도 실수였을 수 있다”고 했고, 해리스와 더불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핵심 경합주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2022년 초부터 경고했다”고 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직무 수행 능력이 상실됐다고 여겼으면 “분명히 말을 했을 것”이라며 “나는 바이든에게 충성스럽지만 조국에 더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임 기간 끊이지 않았던 자신과 바이든 간 갈등설과 관련, “나는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보도에 맞서 싸우지 않았지만, 일부 백악관 보좌관들이 이 부정적인 서사를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오히려 그들은 내가 좀 깎아내려져야 한다고 결정한 듯 보였다”고 했다. 바이든 참모들이 자신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제로섬(zero sum)’ 같은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그들 중 누구도 내가 잘하면 대통령도 잘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이번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전국적인 북 투어에 나서며 외부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2026년 중간 선거 때 자신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