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州)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단속해 한국인 300여 명을 구금한 것과 관련,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초기 기술 이전, 현장 안정화 등을 위한 한국 인력 파견은 우리 기업의 오랜 숙원인데 이번 사태와 맞물려 획기적인 제도 개선 및 한국인 비자 확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을 관람하고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돌아온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계가 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지아에서 흥미로운 일이 있었고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는 이 전체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더 갖고 있지 않은 산업이 많다. 우리는 인력을 교류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우리 국민을 훈련시켜 그들(미국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투자에도 불구하고 비자가 확충되지 않는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조지아·테네시·켄터키 등은 대도시 지역이 아니고 미국의 주요 산업이 오랜 기간 공동화 된 문제도 있어 장기간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숙련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애로가 상당했다. 상당수 기업이 90일 단기 관광 및 출장 시 비자 신청을 면제해 주는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非)이민 비자인 단기 상용(B-1) 비자를 통해 한국에서 수시로 직원을 파견했는데, 반(反)이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정부 등장 후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트럼프는 “나는 그들(한국)이 말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비자 제도 확충이 이뤄지면 향후 한미 조선산업 협력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올린 글에도 “조지아주 현대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 이후 나는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 우리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도 “당신들의 투자를 환영한다. 훌륭하고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기를 권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우리가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것은 당신이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함께 우리나라를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멕시코·캐나다(무제한), 싱가포르(5400명), 칠레(1400명), 호주(1만500명) 등 5국과는 국가별 연간 전문직 비자 발급 쿼터를 할당하고 있다.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쿼터가 없어 1년에 8만5000개(미 대학 석·박사 학위 보유자 2만개 포함) 정도 발급하는 전문직 취업(H-1B)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무작위 추첨이라 1년에 2000명 내외만 발급받는 데 그치고 있다. 현재 미 의회에는 한국계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최대 1만5000개 전문직 취업비자(E-4)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외국인들이 미국 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자를 주자는 취지의 법안이라 만연한 미국 우선주의 분위기 속 미국 정치인들이 이 구호를 앞장서서 외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 조야(朝野)를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로비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