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7일 뉴욕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트럼프 오른쪽은 장-프레드릭 뒤푸르 롤렉스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뉴욕 퀸스에 있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을 찾아 세계 랭킹 1위인 야닉 시너(이탈리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의 US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을 관람했다. 트럼프가 US 오픈 현장을 찾은 건 대선 후보 시절인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인데, 대회 주요 후원사이자 스위스를 대표하는 명품 시계업체인 롤렉스의 VIP 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트럼프는 스위스에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높은 39%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를 초대한 롤렉스가 ‘관세 전쟁’의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스위스 메이커 중 하나다.

이날 트럼프가 경기장에 뜨면서 수많은 테니스 팬들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돼 경기 시작이 약 30분 정도 지연됐다. 트럼프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와 야유가 뒤섞인 반응이 이어졌는데, 뉴욕은 트럼프가 나고 자란 고향이지만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진보 아성(牙城)이다. 트럼프는 2015년에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US오픈에 참석했다가 관중의 야유를 받은 적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주최 측은 경기 중 대통령 관련 장면을 중계에 담지 말 것을 주요 방송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는 첫째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이날 롤렉스가 자사의 대형 스위트로 트럼프를 초대한 것을 놓고 미국 언론들은 “스위스에 부과된 높은 관세를 트럼프가 낮추도록 설득하는 데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가 트럼프로부터 39%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안 그래도 글로벌 경기 침체 속 판매 부진을 겪던 롤렉스는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롤렉스 애호가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롤렉스 시계를 찬 모습이 카메라에 여러 차례 포착됐었다. 장-프레드릭 뒤푸르 롤렉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트럼프를 그림자 수행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기는 알카라스의 3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트럼프는 9·11 테러 기념일에 맞춰 뉴욕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이달 23일에는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다시 뉴욕을 찾을 예정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피파(FIFA) 클럽 월드컵 결승,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볼’, 얼티밋파이팅챔피언십(UFC) 격투기 경기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에 연이어 참석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US오픈 참석은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두 번째라고 한다. 뉴욕의 부동산 디벨로퍼였던 트럼프도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클린턴과 우호적인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는 이달 26~28일 뉴욕주(州) 롱아일랜드의 ‘베스페이지 주립공원’에서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 컵’에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