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외교부 청사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한국인 300여명 구금 사태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는 6일 오전 9시부터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돼 있는 한국 기업 직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외교부는 조현 장관을 대표로 하는 대책반을 꾸려 “필요시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행정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박윤주 1차관도 카운터파트인 앨리슨 후커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하고 유감을 표시하며 “신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국무부는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여돼 있지 않고 별다른 실권도 없다. 지난 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합동 작전에 따라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돼 있는 조지아주(州) 포스크턴의 ‘처리 센터’는 위생 환경이 열악한 곳이고, 과거 의료 대응 미비로 수감자가 사망했던 사례도 있었어서 구금이 장기화할 경우 건강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주(駐)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포스크턴에 있는 처리 센터를 방문해 수감된 한국인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현재 애틀랜타 총영사와 부총영사가 공석인 상태고,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은 총영사를 파견해 서배너에 현장 대책반을 설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영사 면담에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국 측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이민 당국은 구금한 이들의 향후 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구치소에 수용된 이들에 대한 조사를 거치는데, 정부는 법적인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더라도 한국인들이 최대한 빨리 풀려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날 오후에도 조기중 총영사가 시설을 방문해 시설 운영자 측을 면담했다. 조 총영사는 “우리 국민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얘기했고 실무진에서 가능한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수감자 전원을 면담하지는 못했고, 7일 오전 9시부터 면담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확인된 분도 있고 안 된 분도 있는데 모든 분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며 “우선 담당 영사가 안에 시설을 확인했는데, 오늘 면담한 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석방 예상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돼 있는 처리 센터는 ICE가 체포한 외국인의 체류 신분과 혐의를 조사하고 추방 같은 처리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두는 장소다. 이번에 구금된 포크스턴 센터는 사설 업체가 소유·관리하는데, 열악한 환경 탓에 과거 국토안보부 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감사 보고서를 보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환기 시스템에 곰팡이와 잔해, 만연한 벌레, 뜨거운 물이 부족한 샤워, 작동하지 않는 변기, 주방 냉동고의 고장 난 온도계, 따뜻한 식사의 부재’ 등을 지적하며 “불시 검사에서 수감자 건강, 안전과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 등이 다수 식별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