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은 5일 조지아주(州) 서배너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전날 벌인 불법 체류자 단속과 관련해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한국 국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단속이 “올해 내내 이어진 조사를 거쳐 법원의 수색 영장을 받아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국토안보수사국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고 했다. 체포된 사람 가운데 한국인은 약 300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에 대해 “조금 전 들어 그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내 생각에 그들은 불법 체류자들이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할 일은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대차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발표한 것을 놓고는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차를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일방적인 거래(one-sided deal)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토안보수사국(HSI) 소속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어제 HSI는 법 집행기관들과 협력해 불법 고용 관행 및 중대한 연방 범죄 혐의와 관련해 진행 중인 형사 수사의 일환으로 법원의 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며 “이번 수사로 475명이 체포됐고, 법 위반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슈랭크는 체포된 475명에 대해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며 “이 중 일부는 미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으나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가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였다”고 했다.
슈랭크는 이번 단속 결과가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추측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기소 등으로 혐의 사실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단속 과정에서 부상자 발생 여부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물리력 사용은 없었다”면서도 “한 명이 약간의 탈수 증세를 보여 현장에서 치료받았고 수색을 진행하던 한 요원이 경미한 찰과상을 입었다”고 했다. 슈랭크는 이번 단속이 단순한 이민 단속 작전이 아닌 장기간 조사를 거쳐 법원의 수색 영장을 받아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개월에 걸친 형사 수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관련 문서를 모아 증거를 제출해 법원이 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했다.
조지아주 남부지검은 이날 영장 집행 과정에서 몇 명이 현장에서 도주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소수의 인원이 부지 내에 있는 하수 처리 연못으로 뛰어들었고 요원들은 보트를 이용해 그들을 물속에서 건져냈다”며 “도주자 한 명이 보트 아래로 헤엄쳐 보트를 뒤집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들은 체포됐으며 불법 노동자로 확인됐다”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미국 되찾기 작전(Operation Take Back America)’의 일환이라 설명했는데 마거릿 하프 남부지검장은 “이번 작전의 목적은 불법 채용을 줄이고, 고용주들이 허가받지 않은 노동자를 고용해 불공정한 우위를 얻는 것을 막으며, 무허가 노동자를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이번 단속은 최근 몇 년 새 미국 내 제조업 현장에서 있었던 단속 중 최대 규모로 여겨진다”고 했다. 한국 근무자들은 대부분 회의 참석이나 계약 등을 위한 B1 비자나 무비자인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현지에서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외교부는 미 당국의 이번 단속에 대해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고, 총영사 등이 조지아 현지에 파견돼 체포된 이들에 대한 영사 지원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