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미국과 일본의 무역 합의를 공식 이행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해 이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7월 22일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7조원) 대미(對美) 투자를 하고 자동차·쌀 시장 개방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와 자동차에 부과된 품목별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디테일을 놓고 양국 간에 이견이 적지 않아 혼란이 상당했는데, 트럼프의 행정명령 서명을 통해 문서화를 이끌어 냈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이 일본과 먼저 행정적인 절차를 마친 것인데 이르면 다음 주 발효될 예정이라 현재 여전히 25%가 부과되고 있는 한국과 자동차 관세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7월 30일 체결된 한미 무역 합의는 ‘팩트시트(Fact Sheet)’같이 합의 결과를 담보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미·일 무역 합의 이행(Implementing the United States-Japan Agreement)’에 관한 문서를 보면 미국은 거의 모든 일본 수입품에 15%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고, 자동차 및 차 부품에 대해선 15%를 부과한다고 돼 있다. 트럼프 정부는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와 차 부품에 25%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일본에 대해서는 이를 15%로 10%포인트 낮춰주기로 했다. 앞서 미·일이 큰 틀에서만 무역 합의를 하면서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데 이견을 한동안 좁히지 못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이 워싱턴 DC와 도쿄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일본산 수입 제품 거의 전부에 대해 15%의 관세를 적용한다”며 “미국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천연 자원이나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부문별 조치를 적용해 상호 관세를 0%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본이 미국 제조업과 항공·우주, 농업, 식품, 에너지 생산자들에게 획기적인 시장 접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미국산 쌀 구매량을 75% 늘리고 옥수수·대두 등 연간 8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 및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투자하기로 한 5500억 달러와 관련해선 “미국 정부가 선정할 이 투자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조업을 확장해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의 번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미국에서 제조돼 안전 인증을 받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시험을 하지 않고, 일본이 미국산 상업용 항공기와 방위 장비를 구매할 것이라는 점도 명시됐다.
한국은 지난 7월 30일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에너지 분야 1000억 달러 구매 등을 조건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일본·유럽연합(EU)과의 합의 이후 홈페이지에 팩트시트를 발표해 주요 내용을 명기한 것과 달리, 한미 합의를 두고는 공식 문서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 협상단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MFN)를 보장받았다”고 했지만, 미국 측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 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X(옛 트위터) 한 줄이 전부다. 소고기·쌀 시장 개방 여부를 놓고도 백악관 등에서는 “한국이 역사적인 시장 접근권을 약속했다”며 우리 정부와는 결이 다른 주장을 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