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 /조선일보DB

리처드 하스(74)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은 외교관 출신이자 국제 관계 전문가로, 2003~2023년 20년 동안 CFR의 최장수 회장을 지냈다. 1921년 설립된 CFR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스는 조지 H W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동·남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냈고, 조지 W 부시 정부에서는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멘토’로 불리기도 했으나, 트럼프 1기 임기가 끝난 뒤 “그가 (정치·외교의) 전통과 유산을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다”고 하기도 했다.

하스는 브루킹스연구소,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등 싱크탱크에서도 오랜 기간 활동했다. 오하이오주(州) 오벌린대를 졸업했고 ‘로즈 장학생’에 선발돼 옥스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0여 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는데 2017년 ‘혼돈의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테러·사이버 위협, 다극화 현상 등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7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미국 정치 시스템의 붕괴에 따른 예측 불가능성과 신뢰성 결여를 꼽으며 “민주주의의 불확실한 전형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문제 의식을 담아 2023년엔 ‘의무장전: 모범 시민의 10가지 습관’이란 책을 썼다. 부시 정부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도와 이라크 전쟁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하스는 이후 “미국인의 피와 재산을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에 엄청나게 쏟아부었다”고 했다.

하스는 북한 핵·미사일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중요한 외교 현안으로 오랜 기간 다뤄왔고, CFR 회장 시절엔 한미 간 정책 대화의 가교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뉴욕 CFR에서 연설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국권 신장과 친선에 공헌한 외국인에게 주는 수교훈장 중 최고 등급인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