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의 외교·안보 및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난 25일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큰 불확실성 속에서 양국 정상 간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등 대체로 좋은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주한 미군 책임과 역할 재조정, 한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 등을 포함하는 ‘동맹 현대화’ 논의가 거의 없었고 무역·통상 분야 각론을 놓고도 한미 간에 이견 차가 존재하는 점을 언급하며 “첫 회담은 과정의 시작이었을 뿐이고 앞으로 더 어려운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세미나에서 “중국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사용한 언어가 미국에 아주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CSIS 정책 연설에서 미국과의 안보 협력,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병행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더 이상 취하기 어렵다고 얘기했다. 차 석좌는 “한국은 중국과의 지리적인 인접성 때문에 중국과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공급망이나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편에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헨리 해거드 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중국에 맞서 미국과의 지속적인 협력 필요성을 부각한 것은 이 대통령이 유화적인 중국 정책으로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도 “이번 회담은 공동 성명, 공동 발표문, 팩트 시트가 없어 실질적 합의가 미미했다”며 “안보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성명이 나왔다면 미국에 충분히 괜찮았을 것이다. 무역과 투자 분야 협상에서 실질적 어려움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필립 럭 CSIS 경제프로그램 디렉터도 “양측이 서로를 시험하고 있었고, 그것이 우리가 공동 성명을 보지 못한 이유”라며 “무역에서는 ‘현상 유지’를 하며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질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도 “과거에는 회담이 안보 문제로 시작해 정치·외교, 무역 문제 순으로 진행됐는데 이제는 무역이 가장 앞자리에 와 있다”며 경제 이슈에 대한 입장차가 컸기 때문에 실질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미·중 전략 경쟁을 포함한 지정학적 경쟁 관계, 트럼프가 주도하는 ‘관세 전쟁’에 따른 무역 관계 변화 등을 언급하며 “한미가 많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회담은 첫 과정의 시작”이라며 두 정상이 9월 뉴욕 유엔 총회,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나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두 정상 모두 중국에 대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중국과의 건설적 대화를 위한 문이 열려 있고 북한도 (대화의) 문을 열 것으로 믿기 때문에, 한중·한미·미중 사이에 새로운 관계 구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