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4만명 이상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주한 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 수준인데,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부터 이 숫자를 거듭 ‘4만명’이라 주장했다. 또 위안부 문제와 관련, “수십 년 동안 몇 차례 해결된 줄 알았는데 한국이 매우 집착하고 있다”며 일본 측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이를 트럼프 면전에서 바로잡지 않았는데, 트럼프와의 양자(兩者) 회담에서 ‘실시간 팩트체크를 지양해야 한다’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가진 백악관 양자 회담에서 사실이 아닌 발언을 해서 카운터 파트를 곤혹스럽게 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 이날도 주한 미군 규모를 4만명으로 부풀리며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고 알다시피 마지막 임기 동안 한국이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었다”며 “하지만 바이든이 취임한 뒤 바이든은 내가 친절하지 않았다고 불평했고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며 수십억 달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9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당시 한국에 100억 달러(약 13조 9200억원)를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현재 12차 SMA가 발효돼 한국이 1조5000억원이 넘는 방위비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일 간 역사 갈등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아직 위안부를 생각하고 있어서 내가 두 나라가 함께 하도록 만드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는 그것이 수십 년 동안 해결된 줄 알았다. 거기에는 중첩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집착하고 있다’는 표현을 했는데, 이는 한일 관계 개선이 더뎌 한·미·일 협력이 한동안 어려웠다는 미 조야(朝野) 특히 보수 진영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본은 함께하고 싶어하지만 한국은 그보다 다소 미온적”이라고 말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일본 태도는 문제 삼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 일본을 찾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한국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두 개의 한국이 있지만 한때 매우 크고 강력한 (하나의) 국가가 있었고 그 나라는 중국과 전쟁을 벌였다”고 했다. 그는 과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지난 2000년 동안 중국이 한국과 51번이나 전쟁을 벌였다고 말했다”며 “그때는 남과 북이 아닌 한반도 전체가 하나의 국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 답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시 주석과 만난 뒤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 이날 공개 회담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또 한일 관계, 역사 문제 등을 주제로 말할 때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전제를 달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특유의 ‘매복 공격’ 없이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는데, 회담 시작 전부터 두 정상이 김정은을 소재로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오벌 오피스의 황금 장식을 언급했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하나 지어 나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을 땐 트럼프가 통역을 얘기를 들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트럼프는 중국 방문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을 바라보며 “아마도 우리가 같이 가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오존층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존층 보호에 대해 주장한 뒤 하와이로 보잉 747기를 타고 골프를 치러간 것을 언급했다. 트럼프가 “농담이지만 원하면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