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오후 워싱턴 DC 동쪽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에 도착, 2박 3일간의 방미(訪美) 일정에 돌입했다. 공군 1호기에서 내린 이 대통령을 맞은 건 조현 외교부 장관, 이준호 주미 한국 대사 대리 겸 정무공사였다. 미국 측에서는 검은색 옷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에비게일 존스 국무부 부의전장이 나와 이 대통령, 김혜경 여사와 반갑게 악수를 했다. 같이 영접 인사를 나온 조슈아 김 미 공군 대령은 기지 방문 기념 코인을 김혜경 여사 등에 나눠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국무부에는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행사의 의전을 총괄하는 ‘의전국(Office of the Chief of Protocol)’이 있어 자국에 들어오는 정상을 영접하는 업무를 맡는다. 의전장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대사급 고위직인데, 폭스뉴스 방송인 출신으로 트럼프 1기 때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모니카 크롤리가 지난 5월 30일 취임했다. 크롤리는 23일 라라 트럼프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주말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러 정상회담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2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방문했을 때는 의전장이 공석이었고, 존스가 의전장 대리 자격으로 공항에 나와 이시바를 영접한 바 있다. 2015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는 피터 셀프리지 의전장이 영접했고,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루퍼스 기포드 의전장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 등의 영접을 받았다. 다만 두 경우 모두 방문 유형 중 격(格)이 가장 높아 최고 등급 예우가 수반된 국빈 방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첫 방문 때 로즈마리 폴리 의전장 대리의 영접을 받았다.
이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버지니아주(州)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즐긴 뒤 오후 4시쯤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백악관은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고위 당국자가 전화 브리핑을 통해 북한·중국 등과 관련한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 문제 등 주요 의제를 설명했다. 다만 이번 한미 회담을 앞두고는 별다른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았다. 또 이 대통령은 백악관 5분 거리에 있는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가 아닌 다른 곳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공식 실무 방문’ 때 블레어 하우스에서 3박 4일을 묵었는데, 3박 이상 머문 것은 이게 최초였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2008년 4월과 2013년 5월 첫 미국 방문 때 이틀을 묵었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트럼프가 25일 정오(한국 시간 26일 오전 1시)에 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오후 12시 15분부터 집무실에서 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한다고 전했다. 회담은 약 30분 동안 백악관 풀기자단에 공개되는데 두 정상의 모두 발언에 이어 취재진과의 각본 없는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취재진이 서로 손을 들며 큰 소리로 질문을 던지면 트럼프가 주로 답변하는데, 몇 개의 질문을 받을지는 트럼프에게 달려 있다. 두 정상은 오후 12시 45분부터는 백악관 캐비닛룸으로 장소를 옮겨 비공개 업무 오찬을 갖는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