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기자회견에서 스콧 스나이더(왼쪽에서 둘째)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리우스 데어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 스나이더, 앨런 김 학술 담당 디렉터, 토머스 래미지 경제 정책 분석가.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25일)을 앞두고 미 조야(朝野)의 한반도 및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1일 트럼프가 잘못된 수치나 사실을 얘기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즉각적인 반박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트럼프와 공개적인 갈등을 노출하는 것을 최대한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신뢰할 수 있고 능력도 있는 미국의 동맹임을 여러 차례 입증했다”며 “미·중 경쟁 같은 지정학적 변화 속 이번 회담을 동맹의 새 협력 방향을 제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한미 회담을 나흘 앞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주한 미군 숫자나 한국의 방위비 등에 대해 잘못된 수치를 언급하면 이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냐’는 질문에 “실시간 팩트체크를 하기보다는 공개 회담 이후 오찬 같은 비공개 회동에서 양측의 참모들이 이를 정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양자 회담에서 기존 관행을 존중하지 않고 돌발 발언 등으로 카운터파트를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선 후보 때부터 주한 미군 병력 등에 대해 틀린 수치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스나이더는 “다른 정상들과 달리 이 대통령은 통역을 거쳐 대화해야 하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며 “트럼프 발언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점은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앨런 김 KEI 학술 담당 디렉터도 “우크라이나·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이 백악관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 면전에서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에리우스 데어 KEI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는 트럼프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소셜미디어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보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무역·북한 등과 관련해 합의와 완전히 다르거나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뜬금없는 발언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한미가 무역 합의를 체결했을 때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로 이 소식을 알렸다.

미 보수 진영의 핵심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데릭 모건 부사장·앤서니 김 연구원은 “한미 동맹은 보수·진보 같은 한국 정부의 정치 이념을 초월하는 것으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이견을 보일 수 있지만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더 실용적이고 집중된 협력을 추진해야 하고, 25일 회담은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이 미국과의 경제 협력에서 전통적인 수출입 관계에서 벗어나 공동 투자자·개발자란 지속적인 방식을 채택한 것을 환영하고 더 장려해야 한다”며 한미가 협력 가능한 분야로 방산·조선업 등을 꼽았다. 다만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지나치게 동맹에 대해 낙관을 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에게 최우선 과제는 북한이지만, 트럼프와 그의 안보팀은 중국이 가장 큰 도전 과제이기 때문에 양국 간 이익을 일치시키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이번 회담은 한미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지만 한국에는 큰 위험이 걸려 있다”며 “수많은 회의에서 보았듯이 많은 것이 (지도자의) 성격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 측이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무엇이 효과가 없었는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잘 준비돼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아무리 잘 준비된 리더라고 해도 미지의 영역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트럼프와의 회담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