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6개월 전, 젤렌스키가 트럼프와의 첫 만남에서 “무례하다” “미국에 감사하다고 한 적 있느냐”는 등 공개 모욕을 당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을 놓고 이견 차가 컸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지난 2월 평소 전시 복장이던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정상회담에 나타나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은 군복 느낌이 나는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셔츠와 넥타이, 구두를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전투복과 클래식 사이, 일종의 패션 비무장지대(DMZ) 같았다”고 표현했다. 마중 나온 트럼프는 그를 보자마자 “정장 차림이 멋지다”고 했다. 지난 2월 젤렌스키 복장을 문제 삼았던 우파 매체(리얼아메리카보이스) 브라이언 글렌 기자도 “멋지다”고 칭찬했는데, 젤렌스키가 “나는 옷을 바꿔 입었는데 당신은 그대로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젤렌스키는 지난 회담에서 “고마워할 줄 모른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날은 열 번 이상 미국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는 “미국의 영부인께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입을 뗐다. 멜라니아 여사가 지난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아동들이 러시아로 송환되는 문제를 멈춰 달라”는 서한을 전달한 데 대한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젤렌스키가 공개 발언을 하는 총 4분 30초 동안 11번이나 감사 인사를 했다”고 분석했다. 평소 멜라니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트럼프는 “그녀는 아이들을 사랑한다”며 이후로도 계속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언론에 공개된 약 27분간의 회담에서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팔을 가볍게 건드리거나 눈을 맞추기도 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영토 교환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유럽 정상들에게도 친근감을 표했다. 마크롱에 대해선 “내가 (집권 1기 때) 처음 만난 외국 정상 중 한 명으로,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좋아한다”고 했다. 또 메르츠에게는 “태닝(피부를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어디서 했냐”며 “나도 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마크롱 등에게 트럼프 정부 구호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들이 진열된 방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4년 더(4 MORE YEARS)’라고 적힌 모자를 들어 보여줬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의 3선은 금지돼 있지만, “3선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말하곤 했던 트럼프의 바람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