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인 마고 마틴 커뮤니케이션 담당 특보(앞)와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빨간색 테슬라 차량에 탑승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유독 그 주변에 금발의 백인 여성 보좌관들이 눈에 띈다. 백악관 주요 행사나 해외 정상과의 외교 회담 시 대통령 옆에 바짝 붙어 의전을 챙기는 의전 담당부터 평상시 ‘트럼프의 입’ 역할을 하는 백악관 대변인,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대신 써주거나 현장감 있는 영상·사진을 올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화제 몰이 역할을 하는 보좌관들도 모두 백인 여성이다. 선거 캠프 등에서 능력을 입증했고 트럼프에 대한 로열티가 강점인 이들은 워싱턴 DC 정가에서 트럼프의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은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데, 실제 내각 일부 장관들은 대통령까지의 정보 전달에 애로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니카 크롤리(57)는 폭스뉴스 방송인 출신으로 지난 5월 30일 국무부 의전장(Chief of Protocol)에 취임했다. 이 자리는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하는 대사급 고위직으로, 트럼프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정상회담 같은 주요 외교 행사의 의전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우리 대통령 방미(訪美) 시 주로 묵는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 관리도 크롤리 소관이다. 트럼프 2기 때 건국 250주년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같은 굵직한 행사가 많아 이 자리를 누가 맡게 되느냐가 관심거리였는데 ‘트럼프의 클론’이라 불리는 크롤리가 낙점됐다. 지난 15일 알래스카주(州)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옆에 있는 크롤리의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혔는데 데일리 메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매력 공세의 중심에 크롤리가 있었다”고 했다. 푸틴이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크롤리와 반갑게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기도 했다. 크롤리는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지명됐지만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컬럼비아대 대학원 시절 쓴 논문을 두고 표절 시비가 제기돼 낙마했다. 크롤리는 이후 재무부 대외협력 담당 차관보를 지냈다.

모니카 크롤리 미 국무부 의전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주요 행사와 외교 회담의 의전을 총괄하는 것이 크롤리의 업무다. /X(옛 트위터)

마고 마틴(30)은 올해 1월부터 트럼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특보로 일하고 있다. 백악관이나 외부에서 주요 행사가 있을 때 트럼프의 이면을 촬영해 이를 알리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인데, 주류 언론은 물론 백악관 풀 기자단보다도 속도가 빠르다. 수행 인력만이 촬영할 수 있는 현장감 있는 영상들을 자신의 X(옛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거의 실시간으로 올리다 보니 트럼프 지지자들이 마틴을 팔로한다. 마틴은 트럼프 1기 때는 대변인실 직원에 그쳤지만, 이후 트럼프 지지 성향 정치활동위원회(PAC)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며 측근으로 거듭났다. 트럼프가 마고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토그래퍼”라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영부인인 멜라니아를 닮은 외모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멜라니아 도플갱어’로도 유명하다. 마틴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모습은 특히 멜라니아와 분간하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일부 캠프 구성원이 마틴을 멜라니아로 착각해 말을 거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마틴이 트럼프의 재판에 동행했을 때 폭스뉴스는 생방송 중 ‘멜라니아가 법원에 도착했다’는 잘못된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캐롤라인 레빗(28)은 1997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됐다. 지난 대선 때 아이를 출산한 뒤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캠프에 복귀했을 정도로 트럼프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편이다. 트럼프가 레빗을 두고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역대 최고의 대변인” “입술이 기관총처럼 움직인다”고 칭찬했을 정도로 신뢰도 두텁다. 경력이 수십 년이나 되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때때로 ‘가짜 뉴스’라 면박을 주기도 하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레빗의 팬덤이 상당한 편이다. ‘워킹맘’인 레빗이 32세 연상의 부동산 사업가 니콜라스 리키오 사이에서 가진 두 살짜리 아들 니코를 품에 안고 백악관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이 종종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한다. 레빗은 2022년 뉴햄프셔주(州)에서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데, 워싱턴 DC 정가에선 레빗의 정치적 야심이 대단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탈리 하프. /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라갈 게시물을 보고 있다. 왼쪽은 이를 담당하고 있는 보좌관 나탈리 하프. /유튜브 캡처

레빗이 트럼프의 ‘입’이라면 나탈리 하프(34)는 ‘손’이라고 할 수 있다. 하프는 휴대용 프린터를 들고 트럼프를 따라다니며 각종 기사를 출력해 주고, 트럼프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 계정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 쓸 글을 구두로 불러주면 하프가 노트북에 이를 큼지막한 글씨로 입력해 트럼프에게 확인시켜주는 식이다. 트럼프는 하루에 많게는 100개가 넘는 게시물을 올리는데 하프가 대부분을 직접 업로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워싱턴 DC 정가에선 그를 ‘비선 실세’로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와이어드는 “트럼프의 다른 참모들이 하프에서 대통령으로 흘러가는 의심스러운 정보를 차단할 방법을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