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약 열흘 앞두고 의회 전문 매체이자 워싱턴 DC의 주류 언론인 ‘더 힐(The Hill)’에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反美)주의자로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occupying force)’이라 불렀고, 미국이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를 유지했다고 비난했다”는 기고가 실렸다. 이는 보수 성향 단체인 미국보수연합(ACU) 등에서 활동하는 중국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가 쓴 글로, 외부 인사가 투고한 것이기 때문에 매체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다만 트럼프 주변에는 창 변호사를 비롯해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 인물들이 다수 있어 지지층 여론 형성과 정부 의사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창 변호사는 올해 2월 ACU가 메릴랜드주(州)에서 주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당시 연설을 하던 트럼프가 호명한 뒤 “위대한 고든 창 아니냐”라고 치켜세우며 청중의 기립 박수를 유도했던 인물이다. 창 변호사는 이날 ‘한국의 반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온다’는 제목의 글에서 “25일로 예정된 회담은 한미 지도자 간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미국과 동조하면서도 1953년 6·25 전쟁 이후 체결된 군사 동맹인 한미 동맹의 근본적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요구에 따른 한미 연합 훈련 축소, 내란 특검이 주한 미군과 우리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경기 평택의 오산 기지를 압수 수색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부대 사령관 승낙 하에 이뤄졌고, 미군이나 미군 자료는 압수 수색 대상과 범위가 아니었다”고 했다.

창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워싱턴과의 긴밀한 관계를 반대했고 베이징(중국)·평양(북한)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과거 한국의 김대중·노무현·문재인 같은 여러 좌파·반미 성향 대통령들을 겪어왔고, 워싱턴 DC에는 미국이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견딜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더 단호하고, 한미 동맹이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창 변호사의 기고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현재 구속돼 ‘비인도적인 조건’ 아래 있고, 과거 이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 대표로 있으면서 “윤석열 정부를 마비시키기 위해 22건의 탄핵 소추안을 제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보수연합(ACU) 등에서 활동하는 고든 창 변호사가 15일 현지 매체인 '더 힐'에 기고한 글. /더 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