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난 별로 당신들이 편하게 있기를 원하지 않아요.”
수도 워싱턴 DC 내 노숙자·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브리핑룸에서 근절 대책을 발표한 뒤 언론과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뒤에 서 있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이 환한 웃음을 지은 것은 물론 직전까지도 날카로운 질문으로 트럼프에게 문제 제기를 하던 기자들도 대부분이 ‘무장 해제’됐다. 백악관이 주말부터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탓에 이날 브리핑룸 인구 밀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는데, 한 기자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브리핑룸을 지어달라”고 하자 트럼프가 “여러분이 편하게 있는 꼴을 못 보겠다”며 재치 있게 피해간 것이다.
백악관 웨스트윙 1층에 있는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은 공간의 협소함으로 악명이 높다. 세계 최강대국이자 정치의 중심으로 전 세계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미국 대통령실의 브리핑룸이지만, 공간이 약 32평(106㎡)밖에 되지 않는다. 앉을 수 있는 자리는 49석에 불과한데 AP·폭스뉴스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 고정된 좌석이다. 다른 기자들은 벽에 기대 브리핑을 청취할 수밖에 없는데, 평일 오후 1시에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진행하는 정례 브리핑만 해도 만원을 이뤄 열기가 후끈한 편이다. 트럼프 또는 영화배우 같은 명사가 등장하면 취재진 숫자가 더 늘어나는데, 트럼프는 이날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모든 소방법 위반이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래도 그냥 머물 수 있도록 할 테니 알아서 기회를 잘 잡으시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에게 질문한 기자가 ‘크고 아름다운 브리핑룸’이라 표현한 건 트럼프가 취임 후 드라이브를 걸어 지난 7월 통과시킨 국정 과제 핵심 법안의 이름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임기 내에 최대 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회장을 백악관 내에 짓겠다고 밝혔다. 브리핑룸이 있는 곳은 원래 실내 수영장으로 사용하다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그 위를 덮어 브리핑룸으로 개조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수영장 관련 구조물이 바닥 아래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날 브리핑룸 증설 요청은 거부했지만, 기자회견이나 즉흥적인 문답을 최대한 지양했던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적극적으로 언론 취재에 임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트럼프가 웨스트윙 옥상에 나타나 약 20분 동안 머물렀는데, 1층에 있는 기자들과 소리를 치며 문답을 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