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나는 우리 수도(워싱턴 DC)를 예전보다 더 안전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며 “노숙자들은 즉시 떠나야 한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겠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주말 동안 연방 법 집행관 450명을 워싱턴 DC 전역에 배치했는데, 트럼프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워싱턴 DC의 폭력 범죄 대응 방안 및 노숙인 퇴거 계획 등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수도 워싱턴 DC의 행정에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내며 연방 정부가 도시 운영권까지 가져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내가 국경을 다뤘던 것처럼, 지난해에는 수백만 명이 넘어왔던 것이 지난달에는 불법 월경자가 ‘제로’였던 것처럼 우리 소중한 수도를 다뤄 진정으로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DC 곳곳에는 노숙자들이 설치한 텐트촌을 볼 수 있는데 트럼프는 “텐트, 불결함, 범죄가 생기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였다”며 “곧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11일 오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노숙자·범죄자 일소 방안이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범죄자들, 당신은 떠날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당신들을 마땅히 있어야 할 감옥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DC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살인, 차량 도난 같은 범죄가 상당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폭력 범죄는 전년 대비 26% 감소했고, 전체 범죄율도 약 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범죄율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민주당 소속으로 3선을 한 흑인·여성 시장인 머리얼 바우저는 MSNBC에 “2023년 심각한 범죄 증가가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 2년간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바우저는 트럼프 1기 때부터 트럼프와 사사건건 대립해온 인물이다. 트럼프는 최근 정부효율부(DOGE) 출신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정부 구조조정에 관여한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정체 불명의 10대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피범벅이 된 사진을 올리며 “워싱턴 DC가 신속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가 통제·운영할 것”이라 했었다.

미국 헌법을 보면 워싱턴 DC는 연방 의회가 직할(直轄)하는 ‘연방 지역’으로 상·하원에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이 없다. 1973년 처음 구성된 시정부·시의회도 의회의 검토나 승인 없이는 독자적으로 법안이나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 보수 진영에선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90%가 넘었던 진보 아성(牙城)인 워싱턴 DC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데, 연방 의회에는 자치행정권을 박탈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수도의 미관과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숙자 문제와 범죄 대응 같은 도시 정책을 넘어 정치적 통제권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워싱턴 DC의 엘리트 기득권을 타파하겠다는 의미의 ‘늪을 말리겠다(Drain the Swamp)’는 구호를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