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랜도우 미국 국무부 부장관. /AFP 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랜도우 미국 국무부 장관은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브라질에 대해 “대법원의 비선출직 판사 한 명이 다른 부처 지도자와 그 가족들에게 체포와 투옥, 또는 처벌로 위협함으로써 독재 권력을 찬탈했다”며 “권력 찬탈자인 (판사가) ‘법치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다른 부처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막다른 길에 서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 불렸던 보우소나루가 2022년 대선 패배 후 쿠데타 모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마녀 사냥’이라 주장하며 브라질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랜도우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브라질 내에 ‘정부 부처 간 권력 분립’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 부처 간 권력 분립은 인간 이성이 고안해 낸 가장 위대한 자유 보장책”이라며 “어떤 부처나 개인도 다른 부처의 견제하에 지나친 권력을 축적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한 부처가 다른 부처를 위협하여 헌법상의 특권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면 공식적인 권력 분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현재 브라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 점을 강조한다. 단 한 명의 대법원 판사가 다른 부처 지도자들이나 그 가족에게 체포와 투옥, 또는 기타 처벌로 위협함으로써 독재 권력을 찬탈했다”고 했다.

랜도우가 이날 언급한 인물은 재무부가 지난달 30일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며 제재한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연방대법원(STF) 대법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재판의 주심인 지모라이스는 최근 전 대통령에게 가택연금, 전자발찌 착용,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외국 대사 및 외국 정부 관계자 접촉 금지, 외국 대사관·총영사관 건물 금지 등을 한시적으로 명령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마녀 사냥’이라 주장하며 보우소나루 정적(政敵)이나 남미 좌파 정치를 상징하는 인물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재무부는 “지모라이스 대법관이 자의적 재판 전 구금을 허용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자기 지위를 남용했다”며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이들을 제재할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적용해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의 주심인 알레샨드리 지모라이스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 /EPA 연합뉴스

랜도우는 “이 사람은 브라질 법을 영외에 적용해 미국 영토에 있는 개인·기업을 침묵시키려 시도하는 등 브라질과 역사적으로 긴밀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파괴했다”며 “우리는 행정부나 입법부 지도자들과는 언제나 협상할 수 있지만 ‘모든 행동이 법에 따라 결정된다’고 허세를 부리는 판사와는 협상할 방법이 없다. 권력 찬탈자가 ‘법치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다른 부처는 자신에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막다른 길에 서있다”고 했다. 랜도우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명의 비선출직 판사가 국가의 운명을 장악한 전례가 있다면 조언을 해주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위대한 브라질과 역사적인 우호적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압박에도 룰라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고, 제재 대상이 된 지모라이스는 지난 1일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소임을 다할 것”이라며 “압력이나 강요를 통해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