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겸 동아태국 부차관보 대행. /국무부

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겸 동아태국 부차관보 대행이 7일 “우리는 김여정의 담화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성명의 정책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비핵화 협상은 없다”면서도 미국이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미·북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 조야(朝野)에선 대북 협상 시 비핵화보다 ‘동결 및 군축’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패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일리는 이날 국방부 전쟁 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연례 브리핑에서 6·25 전쟁 참전 용사 유족들에게 유해 송환 의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미·북 정상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나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전쟁 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이 명시돼 있는데, 베일리는 “미국은 미군 장병 유해 송환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이자 양자 목표 중 하나로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김여정 담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유해 송환을 매개로 북측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후 북측에 여러 차례 친서(親書)를 보냈고, 지난달 30일 우리 무역 협상단과 만났을 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부를 물었을 정도로 미·북 대화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리는 “새로운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전역에서 긴장을 줄이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하고 북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트럼프와 이재명 한국 대통령 모두 북한과의 외교와 관여에 대한 헌신을 보여줬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 대화 재개를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정원이 대북 방송·라디오 송출을 중단했고, 국방부는 최전방에서 대북 확성기도 철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