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 대사관이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맞춰 개설한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이 2개월 넘게 휴면(休眠)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부터 주요 인선과 정책 발표 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알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우리 정부 협상단과 만난 뒤 무역 합의 타결 소식을 밝힐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대사관은 워싱턴 DC의 재외공관 중 가장 먼저 ‘트루스 소셜’ 계정을 개설하며 인사 축하 메시지를 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는데, 지금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교부의 트루스 소셜 공식 계정도 마찬가지인데, 단순한 소셜미디어 ‘관리’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대미(對美) 아웃리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5일 우리 대사관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지난 5월 22일 조현동 당시 주미대사와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이 만나 한미 동맹 강화,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전 게시물을 보면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와의 액화천연가스(LNG) 협력, 현대차의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공장 확대 준공 같은 한미 양자(兩者) 간 중요 소식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당선인 신분으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 소식을 발표했을 때는 재외공관 중에서는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워싱턴 DC 외교가에서 소소한 화제가 됐다. 그런데 5월 22일을 기점으로 모든 활동이 중단됐고, 계정은 방치돼 팔로어가 100명이 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컨트롤 타워 부재 속 2인자인 정무공사가 대리를 하고 있는 현 체제는 영사(領事) 측면에서도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전(前) 정부에서 임명된 특임 공관장 일시 귀국을 명령하면서 주미 대사 외에 뉴욕·휴스턴 총영사 등이 귀국해 공석(公席)으로 남아 있는 상태고, 애틀랜타도 총영사가 정년을 맞아 지난 6월 말 귀국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 기조 속 미 전역에서 한인들이 긴급 체포됐다는 목격담이 잇따르면서 교민 사회가 느끼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5일 한국인 대학생 고연수씨가 법원에 출석했다 긴급 체포돼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내 한인들의 기본 인권과 법적 권리 보장을 위해 한국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며 “외교 채널을 통한 공식적 우려 전달 및 협의 요청, 불합리한 추방 및 추방 사례에 대한 실태 조사 및 정보 공유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워싱턴 DC를 방문해 가진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대사 부재 등에 따른 외교 공백이 “계엄의 여진이고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대리 체제 속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가 이달 말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얼굴을 맞대고 설명할 ‘메신저’는 부재한 상태다. 국무부 3인자인 앨리슨 후커 차관은 지난달 카운터파트인 인도·태평양 우방 대사들과 릴레이 미팅을 가졌지만, 한국은 대사가 없어 여기서 제외됐고 방미 의원단이 한 차례 접견하는 데 그쳤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대통령실이 이를 해명하듯 “한미 동맹에 기반한 한중 관계 발전을 추진한다”고 밝혀 미 조야(朝野)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친중(親中)’이라는 일각의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미는 현재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을 포함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