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고율의 관세를 통보받은 서방국가들이 발효를 코앞에 두고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는 3일 “스위스 정부가 트럼프가 부과를 예고한 39%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기존 협상안을 수정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기 파르믈랭 스위스 경제장관은 이날 RTS 방송 인터뷰에서 “연방 내각 특별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스위스는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이 꼬여버린 대표적 서방국가다. 미국은 당초 스위스에 31%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트럼프와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 통화에서 트럼프가 스위스가 대미 무역에서 거두는 흑자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등 분위기가 경색됐다. 트럼프는 예고한 것보다 8%포인트나 더 올린 39% 관세를 발표했다. 스위스가 가입하지 않은 유럽연합에 미국이 부과한 상호 관세(15%)보다 2.6배가 더 높다.

파르믈랭 장관은 “미국 대통령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일단 명확해지면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간이 촉박하고 (관세 발효일인) 7일까지 무언가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선의를 보이고 우리 제안을 수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약속, 스위스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등을 옵션으로 제안했다.

전통적 우방이자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정상 간 갈등이 표출되며 트럼프로부터 35%의 관세를 통보받은 캐나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도미닉 르블랑 내각장관은 3일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카니 총리가 며칠 내로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면서도 “우리는 일부 관세를 낮추고 더 큰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룰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매긴 고율 관세로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서 반미 감정이 일고 있는 것과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는 트럼프 설득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동맹·우방을 가리지 않고 고율의 관세로 압박하는 미국 정부의 현재 정책이 초당파적으로 영구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4일 “관세가 미국 정부에 상당한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부채 규모에 시달리고 있는 연방 정부가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이 수입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올해 1~7월 관세 수입은 1520억달러(약 11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육박했는데, 지금과 같은 관세가 부과되면 10년간 2조달러가 넘는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아오 고메즈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부채와 적자 상황에서 이런 수입원을 거부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관세는) 중독성이 강하다”고 했다. 트럼프는 3일 기자들과 만나 “관세율 인상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배당금 형식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