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협의를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상호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전날에 이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협상을 이어갔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구 부총리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러트닉과 이날 오전 11시쯤 만나 약 1시간 동안 통상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고 한다.

구 부총리는 이날 상무부 청사에 도착해 협상에 임하는 각오를 묻는 질문을 받자 “(협상을) 다 하고 나서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시한 전에 협상 타결이 가능한지 묻자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트닉이 스코틀랜드에서 김 장관과 회담하면서 한국 측에 ‘최선이자 최종적인 협상안’을 요구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최종적인 제안을 제시할 때는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우리 제안에 미국 측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구 부총리는 31일 오전 9시 45분(한국 시간 오후 10시 45분)부터 재무부 청사에서 한미 간 ‘2+2(재무·통상) 협의’에 참석한다. 여기서 한미 간 최종 담판이 이뤄지는데 양측이 잠정적인 합의에 이르면 곧바로 트럼프를 만나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측에선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 미국 측에선 베선트와 그리어가 각각 참석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8월 1일은 ‘미국에 아주 위대한 날’로 시한은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워싱턴 DC에 도착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합류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관세율 인하의 조건으로 막대한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데 재계의 측면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직접 만나 조지아주(州) 생산 시설 확대, 루이지애나 제철소 신설 등 210억 달러(약 29조원) 규모 ‘투자 보따리’를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그 옆에 서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한국 기업인은 정 회장이 유일해 이번 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은 수입산 자동차에 부과된 25%의 품목 관세를 15%로 내리는 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법안 서명식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 “난 이게 매우 잘 될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가 중국과 매우 공정한 합의를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이 25%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인도에 대해서는 “우리와 합의하든, 그들에게 특정 관세를 부과하든 큰 상관은 없지만 여러분은 이번 주의 끝에 가서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명식에서 한국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금 우리는 다른 여러 나라와 협상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돈을 빚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