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미국 워싱턴 DC 헤리티지재단 사무실 1층에 에드윈 퓰너 창립자와 그를 기리는 어록, 조화가 놓여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그에게 하루하루는 자유를 증진하고 ‘미국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 새로운 기회와도 같았습니다. 항상, 전진 앞으로(Onward, always)!”

23일 찾은 미국 워싱턴 DC의 헤리티지재단 사무실 1층에는 지난 18일 83세의 나이로 별세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전 이사장의 사진과 함께 조화 한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1973년 맥주 재벌 쿠어스의 기부금 25만 달러를 종잣돈 삼아 재단을 세웠고, 1977~2013년 이사장으로 재단을 이끌며 보수 가치를 정책으로 구현하는 데 힘쓰고 보수 집권에도 수차례 일조한 퓰너의 레거시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 정책이고, 헤리티지재단은 사람이 전부다” “정치에서 성공은 덧셈·곱셈이지 뺄셈이 아니다” “독수리는 무리지어 날지 않는다”와 같이 퓰너 창립자가 생전에 즐겨 했던 말들도 ‘퓰너 박사의 법칙’이라는 어록으로 정리해 이를 배포하고 있었다.

퓰너 창립자 사후 그에 대한 부고와 추모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일 자 부고 기사에서 퓰너를 ‘헤리티지재단의 조지 워싱턴(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국부)’에 비유하며 “재단은 일반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지만, 공화당이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면 이를 비판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겨왔다”고 했다. 케빈 로버츠 이사장은 뉴스맥스에 출연해 “퓰너는 단순한 리더가 아닌 선지자·건설자이자 최고의 애국자였다”며 “그가 오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면 어떤 승리도 영구적이라 가정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상기시켜줬을 것이다. 그 정신이 바로 우리가 워싱턴, 전 주(州)에서 지속 가능한 보수 다수파를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헤리티지재단에서 ‘명예 연구원’으로 활동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1991년 레이건 혁명에 새롭게 영감을 받은 젊은 변호사로서 에드와 처음 만났다”며 “그는 보수주의자들이 좌파에 맞서 승리하려면 우리만의 기관을 갖고 맞서야 한다고 믿었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 때 부통령으로 재직한 펜스는 “재직 당시 에드의 조언에 그 어느 때보다 의존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당일의 헤드라인을 쫓을 때 에드는 미래의 승리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1기 보수주의 기록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헤리티지재단 이사회에서 활동했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퓰너는 위대한 미국이었고, 그가 재단을 이끌 때 이사로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왼쪽)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아산정책연구원

퓰너 창립자는 생전에 한국·대만 등 인도·태평양 지역 우방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고 이 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은 “에드는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대만의 든든한 친구로 대만과 미국 관계에 크게 기여했다”며 “대만과 전 세계 많은 친구가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헤리티지재단과 같이 ‘재정적·운영적 독립성을 갖춘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한 아산정책연구원도 추모문을 통해 “퓰너 창립자는 한미 동맹의 실체를 몸소 보여준 존재”라며 “우리는 그의 지혜로운 조언과 우정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