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우리는 일본과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를 완료했다”며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원)를 투자해 90% 이상의 이익을 미국이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일본에 15%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는 미국에 매우 흥분되는 시기” “특히 일본과 훌륭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8월 1일부터 일본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는데 이를 10%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한국에는 24%를 통보했고, 현재 한미 간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는 “가장 중요한 점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및 특정 농산물, 기타 품목을 포함한 교역을 개방할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일본은 미국에 15%의 상호 관세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거래는 수십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해 주재한 리셉션에서는 “일본은 최고위급 인력을 파견해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열심히 작업했다”며 “이번 협상이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진을 촬영할 때 “일본과의 합의가 위대하다”고 말해 이번 합의에 대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알래스카주(州)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해 미·일이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할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길이 1400㎞ LNG 가스관을 건설하는 이 프로젝트에 한일이 참여할 것을 종용해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25%를 절반인 12.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강·자동차 관세 등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른 핵심 정책인데, 자동차 관세를 10%포인트 넘게 낮춘 것은 일본이 상당한 협상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앞서 일본제철이 미 철강 산업의 자존심과도 같은 US스틸을 인수하면서 미 정부에 ‘황금주’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주기도 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이날 관세 협상과 관련해 “경제재생상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내용은 앞으로도 보고를 받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트럼프와) 전화 통화 혹은 대면(對面) 회담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는 “2월부터 국익(國益)을 걸고 전력으로 협상해 왔다”며 “미·일이 힘을 합쳐 고용을 창출하고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통해 세계에서 여러 역할을 다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미국 워싱턴 DC에 입국했다. 갓 취임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 주 미국을 찾는다. 25일 미국과 ‘2+2 협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구 부총리가 취임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협상 시한(8월 1일)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단순한 상견례 성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일본 외에도 인도네시아·필리핀과의 무역 합의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상호 관세율이 32%에서 19%로 13%포인트 하향 조정됐고, 필리핀 역시 1%포인트 관세율이 인하됐다. 필리핀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졌고, 대만도 부총리를 비롯한 협상단을 워싱턴 DC로 파견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언론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