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법 이주자 단속을 주도하는 미 국토안보부가 이주자들을 외계인 ‘ET’에 비유하는 포스터를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악어가 우글거리는 늪지대에 지은 수용소 사진과 함께, 악어 떼가 이들을 감시하는 합성 사진을 올린 적도 있다. 이민자 문제를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안보부는 17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영화 ‘ET’(1982) 장면을 활용한 캠페인 포스터를 올렸다. 외계인 ET가 소년 엘리엇과 자전거를 타고 달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장면에 “집에 가라” “ET조차 집으로 돌아갈 때를 알았다”는 문구를 넣었다. 포스터가 담긴 게시글에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illegal aliens)은 ET를 본받아 집으로 전화하라”고 적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alien(외계인)’이란 단어를 썼다.

/미 국토안보부 페이스북

앞서 국토안보부는 플로리다주 에버글레이즈 습지 한가운데 불법 이주자 구금 시설을 짓고 ‘악어 앨커트래즈(Alligator Alcatraz)’라는 별칭을 붙였다. 앨커트래즈는 샌프란시스코 앞바다 섬에 있던 미국 유명 교도소다.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말, 철조망이 쳐진 수용소 밖에서 근무를 서는 악어 무리들이 ‘ICE(이민세관단속국)’ 모자를 쓴 합성 사진과 함께 “곧 나온다!”고 적었다.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다간 ‘악어 밥’이 될 것이란 경고를 담았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과격한 불법 체류자 단속은 미국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불법 체류자를 찾아 잡아가는 ICE 직원들은 복면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현장에 나가고 있다. 미국에선 얼굴을 가리면 범죄자로 인식되는데,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숨기는 것이다. ICE 직원들은 “신원이 공개되면 가족들까지 살해 협박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